ADVERTISEMENT

청주시민 자율 자전거 석달새 600대 훼손 실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시민의 양심이 그렇게 쉽게 자취를 감출 줄 몰랐어요. "

지난 여름방학 중 청주환경운동연합(대표 康祥俊충북대교수)의 '자전거 지킴이' 로 활동한 金미령(13.용담초6)양.

金양은 요즘 지나가는 자전거만 보면 눈여겨 보는 버릇이 생겼다. 혹시 환경련이 청주시와 함께 배치한 '시민 자전거' 를 몰래 가져가 개조하거나 색칠해 놓은 것이 아닐까 해서다.

자전거가 많아 한때 '자전거 도시' 로 불렸던 충북 청주에서 지난 6월초 청주환경련과 시의 노력으로 도입됐던 '양심 자전거' 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실종된 양심에 대한 자성의 소리가 높다.

자그마치 6백대나 되는 자전거가 시내 67곳에 배치된 지 석달 남짓한 사이 자취를 감추거나 훼손되고 만 것이다.

이용하고 나서는 도착지의 자전거 거치대에 세워놓게 돼 있었다.

펑크난 자전거는 헤아릴 수조차 없고 안장.타이어가 없어진 것, 짐받이가 뜯겨진 것, 바퀴가 휘어진 것 등. 온전한 것은 없고 훼손된 자전거만 발견됐다.

그나마 6월 1백83대, 7월 1백13대, 8월 62대 등 갈수록 줄더니 9월엔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시민의 양심과 공동체 의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었던 시민 자전거가 일단은 실망을 불러온 것이다.

金양과 같은 환경지킴이 4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자전거를 사유화한 집 대문앞에 "왜 혼자만 타십니까" 라는 스티커를 붙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시민의 양심을 믿을 수 없게 된 청주환경은 지난 20일부터 새로 배치하는 2백대는 자율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자율 자전거' 에서 '타율 자전거' 로 전환, 운영에 들어갔다.

환경련은 위탁관리단체로 지정된 동네 노인회와 동사무소.청주박물관 등 17곳을 대상으로 5~10대씩 28일까지 92대를 배치했다.

앞으로 시민 자전거를 이용하려면 신분증 제시와 함께 신상 명세와 행선지를 기록, 이용한 다음 반납해야 한다.

없어진 6백대의 자전거는 청주시와 각종 기관.단체.기업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이었다.

'양심 자전거 운동' 을 벌인 것은 차량 사용을 줄여 공해를 방지하고 시민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이었다.

환경련 정미향(31.여)부장은 "시민들의 양심을 믿고 시작했으나 일단 좋지않은 결과로 끝나 실망스럽다" 며 "그러나 공동체 의식 캠페인 등을 더 벌이고 내년중 기증자를 다시 구해 자전거도시 재건에 나서겠다" 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