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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불교 배척한 조선 후기 도교·불교 그림 넘쳐난 뜻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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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단원 김홍도 작 ‘낭원투도(閬苑偸桃·낭원에서 복숭아를 훔치다)‘, 49.8102.1㎝. 단원의 많은 도석화 중 백미로 꼽히는 그림이다. 3천 갑자(1갑자는 60년이니 18만년)를 산 동방삭이란 신선이 중국 곤륜산 서왕모의 복숭아 과수원인 낭원에서 복숭아를 훔치는 장면을 그렸다. [간송미술관 제공]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2009년 가을 정기전으로 준비한 ‘도석화(道釋畵) 특별전’이 18일 개막한다.

‘도석화’란 도교(道敎)와 불교(佛敎)의 그림을 뜻한다. 대개 신선과 고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이다. 요즘도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달마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대개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하며 흔히 굵은 붓을 사용해 일필휘지하듯한 양상을 띈다.

‘도석화’란 용어는 중국 송나라 때인 1120년 『선화화보(宣和畵譜)』에서 최초로 발견된다. 처음엔 종교적 예배의 대상으로 제작돼 사용됐다. 그러다가 점차 일반적인 감상용으로 진화해간다. 종교적 제한을 넘어 장수와 기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희망을 담아내는 회화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간송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조선 중·후기 도석화 약 100여점을 소개한다. 조선은 주자 성리학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교 성리학이 진리의 기준이었던 조선에서 도교와 불교는 이단으로 배척당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간송 전시에 나온 그림을 보면 어떤가. 성리학이 극성하는 조선 후기에 도석화가 왕성하게 제작된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유교의 선비, 불교의 승려, 도교의 도사가 한 그림 속에 등장시켜 유·불·도 3교의 회통을 묘사하기도 한다.

조선 도석화 가운데 특히 단원 김홍도(1745~?)의 그림이 많이 남아 전한다. 최완수 학예연구실장은 “정조의 측근이던 단원이 정조의 취향과 속내를 읽고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인산 상임연구위원은 “도교나 불교에서 유래한 소재라 하더라도, 그 목적이 왕실의 안녕과 복락을 바라고, 부모나 지인의 행복과 장수를 빌어주는 그림에 대해 지나친 경계나 반감을 드러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중국풍의 도석화 방식이 조선에서 그대로 답습되다가 겸재 정선(1676~1759)을 기점으로 조선풍으로 변화하는 방식도 살펴볼 수 있다. 인물의 용모가 기괴한 형상을 띄는 것이 중국풍이라면, 조선풍은 매우 친근한 우리 이웃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단원의 그림에서는 소재를 도석에서 찾았을 뿐 풍속화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최완수 실장은 조선의 산수를 회화의 주소재로 등장시킨 겸재 정선의 ‘진경 화법’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면서 ‘풍속적 도석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계속된다. 무료. 02-762-0442.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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