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설 협상 때 더 적극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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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외부 세계가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난 6월 평양에 정보센터를 개설한 주한 독일문화원 '괴테 인스티튜트'의 우베 슈멜터(59)원장의 포부다. 정보센터는 문화원 설립의 전 단계다.

슈멜터 원장에 따르면 평양 중심가 문화회관 3층 40여평의 공간에 문을 연 정보센터의 공식 명칭은 '평양 괴테 인스티튜트 정보센터 도이치란트 과학기술도서 보급실'. 독일어로 된 책.신문.잡지.영화.음반 등 6000여점을 무료로 빌려 볼 수 있다. 절반인 3000여점은 북한 측의 요청에 따라 과학.기술 관련 자료로 채워졌고 나머지는 철학.교육.음악.문학.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가 비치돼 있다.

평양 정보센터 개설을 위해 북한을 10여차례 드나든 슈멜터 원장은 "2001년 시작된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단 한번도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귀띔했다. 북측은 또 정보센터가 모든 주민에게 개방돼야 하고 검열없이 자료를 비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독일 측 주문을 선뜻 수용하기도 했다. 독일.북한 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한 북한 대표는 "이번 협약 체결이 북한이 대외 개방을 원한다는 명백한 신호로 이해되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양 정보센터는 지금까지 북한 주민 200여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특히 북한 교수.대학생과 의사.과학자 등 전문가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슈멜터 원장은 "북측이 최근 도서관 사서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열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독일문화원 사무실에 남한과 북한 화가가 그린 동양화를 나란히 걸어놓은 슈멜터 원장의 소망은 문화 교류를 통해 남북 화해를 이끌어 내는 것. 그는 이를 "평화와 공존이라는 모자이크 그림을 완성하는 한 조각이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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