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껑열린 페리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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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페리 보고서는 미 행정부와 의회간 타협의 산물이다.

지난해 8월말 북한의 '금창리 지하핵시설 의혹' 이 제기되고 대포동1호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미국 내에선 긴장이 고조됐다.

자연히 유화적이던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는 여론이 미 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클린턴 미 대통령은 의회와 의견조율을 거쳐 11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 조정관에 임명했다.

페리 조정관이 행정부와 의회에 동시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페리는 12월 한국.중국.일본을 차례로 방문해 각국의 입장을 들었다.

특히 페리는 올 1월 미국을 방문한 임동원 (林東源) 당시 외교안보수석 (현 통일부장관) 으로부터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듣고, 포용정책이 대북정책 보고서의 기조가 될 것임을 밝혔다.

2월 페리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서의 중간결과를 보고했고, 4월에는 하와이에서 한.미.일 고위정책협의회를 열어 보고서의 골격을 완성했다.

페리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5월 25일부터 나흘간의 평양 방문. 페리는 강석주 (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을 만나 북측 요구를 듣고 한.미.일의 대북권고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그 뒤 북한의 미사일 추가 재발사 움직임으로 고비를 맞기도 했으나 지난 12일 베를린 북.미회담이 타결되면서 그동안 미뤄오던 페리 보고서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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