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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추석 지나면…] 전세 활기, 매매 미지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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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동안 들떠있던 주택시장이 가을 문턱에 접어들면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웬만한 수요자들은 이미 집을 매입해 수요가 줄었고, 일부에서는 값을 더 받으려고 호가를 높이는 바람에 손님이 뚝 끊어졌다.

추석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다 연말까지 수도권에 8만여가구의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는 게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추석 이후 주택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전세수요는 그런대로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매매는 여전히 약보합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개포동 서울부동산컨설팅 정용현 사장은 "그동안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서울 강남일대의 경우 대부분 외환위기 직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됐고 일부는 그보다 더 높아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크게 약화됐다" 면서 "추석 이후에는 이사가 활발해지면서 전세값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겠지만 매매시장은 소강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 말했다.

추석이 지나면 더 얼어붙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박사는 "올 4분기엔 공급은 넘쳐나는데 중산층 몰락 등으로 수요가 대폭 줄어 그동안 호가위주의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약보합세로 돌아설 것" 이라고 전망했다.

金박사는 특히 "아직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끝나지 않아 우리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 라면서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주택시장의 열기는 오래 가지 못한다" 고 분석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르다.

분당 등지와 같이 물건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은 한정돼 있는 경우 가격이 오를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소득이 감소돼 구매수요가 예전같지 않다는 시각이 강하다.

지금까지는 외환위기이후 떨어진 만큼 집 주인이 값을 되올린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좀 냉정해지면서 시장원리에 충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시장의 복병으로 등장했던 서울 저밀도 재건축 사업도 1~2년 뒤로 연기될 전망이어서 주택시장을 들뜨게 할 이렇다할 소재가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렇다고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호황을 맞아 큰 돈을 벌었던 증시 투자자들이 부동산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큰데다 내년부터 임대주택사업 자격을 현행 5가구 이상 소유자에서 2가구 이상 소유자 확대하면 구매수요가 크게 늘어 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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