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집에서 하는 체험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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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키우고 치즈도 만들어요.” 아동요리지도사 문미회(40·인천 부평구)씨는 최근 신종플루 때문에 더 바빠졌다. 단체 체험학습이 취소되면서 교실별·가족별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수요가 더 많아졌기 때문. 그는 “집에서 체험학습을 하면 단체로 함께 해 시간에 쫓길 때보다 더 섬세하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며 “잘 살펴보면 집에서도 체험장과 똑같이 배울 수 있는 주제가 많다”고 말했다.


모짜렐라 치즈로 발효 원리 배워…비용 저렴
“앗, 뜨거워.” 지난 6일 문씨의 자택. 문씨의 아들 엄지호(인천 영선초 4)군이 연노랑색 덩어리를 손에 들고 늘이기에 여념없다. 모짜렐라 치즈다. 뜨거운 치즈가 손에서 주욱 늘어나니 향긋한 냄새가 집안에 가득 퍼진다. 엄군은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가 인터넷에서 본 치즈마을 체험사진과 똑같다”며 “두부같던 리코타 치즈가 찰진 모짜렐라 치즈로 변하는 과정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문씨가 집에서 아들과 함께 한 체험은 ‘치즈 만들기’. 치즈마을에서 인기가 높은 단체체험 중 하나다. 우유에 구연산과 레닛(발효효소)을 넣고 저은 후 30분 정도 숙성시킨다. 구연산과 레닛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제빵재료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순두부처럼 응고된 우유 덩어리를 면보로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하면 리코타 치즈가 된다. 이 치즈를 뜨거운 물에 넣고 반죽해서 양손으로 당기면 쭉쭉 늘어난다.

문씨는 “치즈 체험은 집에서 만들기 쉽고 발효의 원리를 배우기에도 제격”이라며 “보기에 화려해 아이들이 좋아하고, 만든 치즈로 피자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체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우유 한팩과 부가 재료 포함 5000원 내외. 보통 치즈마을 체험장에 가서 내는 비용의 1/4 수준이면 된다. 곤충 관찰 인기…엄마의 준비가 성공의 관건 천연염색도 집에서 도전해 볼만 하다. 천연염색연구원 김경숙 체험학습강사는 “먹고난 포도껍질, 쓰고 난 양파껍질은 훌륭한 천연염색재료”라며 “재래시장에서 치자를 구해 염색하면 곱고 진한 빛깔을 낼 수 있다”고 권했다.

천연재료를 색이 우러날 때까지 끓인 후 체에 건더기를 거르고 액만 받는다. 면손수건이나 내의를 고무줄로 묶어 무늬를 만들고 염액에 천을 담근다.

색이 고루 잘 배이도록 주물러 준 뒤 꼭 짜서 빨래줄에 널면 완성. 진한 색을 내기 위해서는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양파껍질로는 연한 노랑, 검은 콩으로는 은은한 회색빛을 만들어 감상할 수 있다. 김 강사는 “집에서는 굳이 명반 같은 매염제(섬유를 염색할 때 쓰이는 매개물질)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더 간편하게 염색할 수 있다”며 “다양한 무늬와 염색 순서를 익히는데 중점을 두면서 염색해 볼 것”을 당부했다.

가을이 깊어지면 곤충관찰체험도 인기가 많아진다. 그런데 집에서 장수풍뎅이의 알을 키우며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관찰하면 여느 곤충체험장이 부럽지 않다. 곤충 관찰은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지 않는 만큼 체험관찰보고서를 작성해도 좋다. 강승임 독서지도사는 “장수풍뎅이는 변태를 하는 곤충이고 애벌레의 크기도 1령(갓 부화한 유충)·2령(한번 탈피한 유충)·3령(두번 탈피한 유충)으로 차이가 있다”며 “며칠 간격으로 애벌레의 크기를 기록하게 하면 갑자기 변하는 때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싫증내지 않고 꾸준히 관찰할 수 있도록 ‘수컷과 암컷 애벌레는 어떻게 다를까?’‘기문(몸 옆의 숨쉬는 구멍)은 몇 개가 있을 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도 효과적이다.

강 지도사는 “집에서 하는 체험학습은 체험장의 학습과 달리 엄마의 준비가 성공의 관건”이라며 “자녀와 함께 ‘우리집 체험학습보고서’ 노트를 만들어 집에서 배운 다양한 체험을 정리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문미회씨가 집에서 아들 엄지호군과 함께 만든 모짜렐라 치즈를 크게 늘리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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