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숨은 화제작] '육현의 사무라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지난 92년 미국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첫 영화 '엘 마리아치' 는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단돈 7천 달러로 아마추어에 가까운 배우들을 출연시킨 이 영화는 젊은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미국에서만 2백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최근 출시된 '육현의 사무라이' (우일.18세 이용가) 의 감독 랜스 먼지아는 로드리게즈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홍콩 영화광이고 대학에서 첫 작품을 구상했다는 점, 초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 등이 그렇다. 데뷔작의 내용도 비슷하다.

기타 가방 하나 어깨에 달랑 메고 쓸쓸한 표정으로 사막을 돌아다니는 주인공을 보면 '육현의 사무라이' 가 '엘 마리아치' 의 표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육현의…' 의 주인공 버디는 총을 마구 쏴대는 '엘 마리아치' 의 주인공과는 달리 무시무시한 장검을 휘두른다. 로드리게즈가 홍콩 오우삼 감독에 영향 받았다면 먼지아는 서극 감독에게 깊은 감동을 받은 듯하다.

자유가 넘쳐흐르는 공간 로스트 베가스를 배경으로 권좌를 노리는 여러 명의 전사들이 결전을 그린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신선하다는 점.

특히 주인공 버디와 라이벌 데스의 대결이 칼싸움이 아니라 기타 실력을 겨룬다는 설정은 황당함을 넘어 즐거움을 준다.

문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