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타결] 카트먼-김계관 대타협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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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베를린 북.미회담 타결에는 양측 수석대표인 찰스 카트먼 - 김계관 (金桂寬) 막강 라인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두 협상주역은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회담을 연장하면서까지 차분함 (카트먼) 과 노련미 (김계관) 로 대타협을 일궈낸 것이다. 金은 북한내 미국 전문가.

그와 여러차례 회담을 가졌던 한 미국 외교관은 "필요하다면 바보짓도 해낼 만큼 수완이 뛰어난 인물" 이라고 그를 평했다.

그는 회담이 시작되면 우선 주한미군 철수 등 양측 현안에 대해 따분할 정도로 장광설 (長廣舌) 을 늘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다가 절묘한 타이밍이 왔다 싶으면 실질적으로 대화에 임한다고 한다.

회담의 강약을 조율할 줄 아는 노련미를 보인다는 것. 반면 카트먼은 상대방 이야기를 군말없이 다 들어주는 차분함이 돋보인다고 한다.

묵묵히 金의 지리한 이야기를 다 들어준 다음 "이제 실질적인 협상을 하자" 고 유도하는 끈기가 강점이다.

두 수석대표들의 이같은 협상태도가 베를린회담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룸으로써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후문이다.

카트먼과 김계관의 인연은 깊다.

96년 4월 한.미 정상이 4자회담을 제의한 후 각종 회담대표로 얼굴을 맞대온 사이며, 이 채널은 97년 이집트주재 장승길 북한대사 망명사건, 지난해 북한의 제네바합의 파기사건 등 주요 고비 때마다 가동돼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때문에 지금 둘은 서로 얼굴만 보아도 상대편의 의중을 읽을 정도까지라고 한다.

작은 키, 마른 체격에 늘 웃는 얼굴로 유화적인 이미지를 보이는 김계관과, 정통파 외교관으로 미 국무부내 대 북한 온건파로 북한에 대해 미국이 유화정책을 펴도록 유도하는 카트먼의 궁합은 북.미 화해무드에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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