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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후 돌아온 일본 진언종 종정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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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6~11일 북한을 방문한 일본 불교 진언종 의 이케구치 에칸( 가운데) 대승정이 북한에 살고 있는 요도호 납치범 고니시 다카히로( 왼쪽), 와카바야시 모리아키( 오른쪽)와 기념 촬영했다. 일본 적군파 소속이던 두 사람은 1970년 일본 여객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했다. 두 사람의 최근 사진이 소개된 건 이례적이다. [이케구치 에칸 제공]

“북한 당국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3남(김정은)의 후계자설에 대해 일관되게 ‘지금 매우 건강하시며 후계자 이야기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6~11일 북한을 방문했던 일본 불교 종파 진언종(眞言宗)의 이케구치 에칸(池口惠觀·73) 대승정은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북한 당국자들이 ‘일본과 달리 우리는 미국처럼 지켜주는 나라가 없어 스스로 강한 나라 만들기에 매진해 온 것’이라며 ‘우리는 고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에 강성대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외국을 침략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케구치 대승정은 ‘일·북 우호 문화종교교류단’으로 북한을 갔다 왔다. 이들은 방북 기간 중 홍선옥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이병덕 외무성 일본담당 연구원 등 정부 관계자와 1970년 요도호 납치사건을 일으킨 후 북한에 망명한 고니시 다카히로(小西隆裕·65), 와카바야시 모리아키(若林盛亮·61)를 만났다.

-이번 방북의 목적은.

“일본이 역사적으로 한국과 북한에 대해 큰 희생을 안겼고, 한반도의 많은 국민이 일본에 원한을 갖고 돌아가신 데 대해 솔직하게 사죄하고 위령을 하고 싶었다. 방북 기간 중 북한 측에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약식이긴 했지만 평양 인근 묘향산의 보현사를 찾아 전몰자에 대한 위령제와 평화기원제를 했다. 가능하다면 한국과 북한을 매년 정기적으로 찾아 위령제와 평화기원제를 열고자 한다. 그것이 일본의 책임 있는 종교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진정한 참회와 사죄가 있어야만 상호 우호관계가 생기는 법이다.”

-최근 북·일 관계에 대한 북한 측 반응은.

“북한 당국자들의 주장은 세 가지로 요약됐다. 첫째, 식민지 시대의 강제연행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조선인 피폭자 7만 명 중 북한에 귀환한 7000명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납치 문제다. 북한은 ‘일본은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 감정을 조작하고 이미 약속했던 인도적 지원도 실행 않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이었다. 북한은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가 북한을 방문해 손녀 김은경을 만날 수 있도록 언제든지 주선하겠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유골 진위 여부를 가리고 납치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필요하면 내가 동행해도 좋다.”

-북·일 관계가 호전될 것이란 느낌은 있었나.

“현 상황으로는 힘들다고 느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방북 시 김정일 위원장의 통역으로 배석했던 사람(북한 대외문화협력위원회 황호남 국장)은 우리에게 ‘야스쿠니 신사의 영령 배후에는 침략주의가 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경한 입장이었다. 또 다른 당국자들도 ‘우리는 일본에 돌 하나 던진 적 없다. 자신의 나라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거냐’며 일본 정부에 강한 불만을 털어 놓았다.”

-김정일 위원장과는 접촉이 없었나.

“김 위원장에게 쓴 편지를 북한 측 당국자에게 전했으나 다음 날 ‘장군님께 전할 수 없다’며 되돌려 받았다. 북한에서의 위령제 개최 의사와 일·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거론한 내용이었다. 실은 방북 전 그 편지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전 외무성 사무차관(9월 초까지 총리 외교보좌관 역임)에게 감수를 받았었다. 하지만 일 정부의 공식 메시지나 친서는 아니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이 완전치 않다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이케구치 대승정은 ‘기(氣) 치료’의 대가로도 알려져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이케구치 에칸은=진언종 18개 파벌 중 가장 규모가 큰 ‘고야산(高野山) 진언종’의 큰스님으로, 일 정치권·재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와 절친한 사이로 아베 전 총리의 경우 총리 재직 시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늘 그에게 기 치료를 부탁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거느리는 절의 신자대표는 하토야마 총리의 동생이자 거물 정치인인 구니오(邦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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