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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하프마라톤] 꿈나무 10명 '합동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우린 해냈다. 경인초등학교 '만세' ."

12일 오전 11시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메인스타디움. 시간내에 도착하지 않아 친구들의 마음을 죄게 하던 최현준 (11) 군이 출발 3시간여만에 쓰러지며 결승점을 밟자 서울 양천구 목동 경인초등교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중앙일보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한 경인초등교 학생들은 모두 20명. 이중 무려 10명이 어른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는 21.0975㎞ 하프코스에 참가했다.

또 한명만 5㎞에 참가했을 뿐 나머지 9명은 10㎞를 뛰었다.

초등학교 4~6학년생에 불과하지만 중간 낙오자는 한명도 없었다.

경인초등교에 이처럼 '꼬마 마라토너' 가 유달리 많은 것은 여느 학생들이 축구를 할 때 이들은 달리기 때문이다.

매일 오후 9시30분이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30여명의 학생들이 목동 5단지 입구에 모여 1.4㎞의 아파트 외곽을 1인당 4~6바퀴씩 5~8㎞를 달린다.

추운 겨울에도 달리기는 쉬지 않는다.

때로는 부모들도 합세한다.

이들의 달리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 97년 7월. 학부모 중 方현옥 (38.여) 씨가 무남독녀 鄭이든 (11) 양을 "좀 더 강하게 키우겠다" 며 달리기를 시키자 이웃 친구 7명이 합세했다.

이미 각종 마라톤 대회에 다섯번이나 참가했지만 이들에겐 이번 대회가 가장 뜻깊다.

기록이 좋은 鄭양만 참가하던 하프코스에 9명이나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鄭양 어머니 方씨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아이들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 이라며 "다음 대회에도 꼭 참가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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