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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령산 산사태 왜 일어났나] '예고된 관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10일 발생한 부산 황령터널 연결도로변 산사태는 '관재 (官災)' 였다.

배수구가 절개지 비탈 위 평지에 평평하게 만들어져 평소에도 물이 잘 안빠져 비탈 속으로 빗물이 스며들었는데도 부산시나 남구청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고지점에서 10m 가량 떨어진 주유소 직원들은 "평소에도 비탈에서 돌이 굴러떨어졌다.

그때마다 산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고 말했다.

이들은 또 "그런데도 현장에 나와 점검하는 공무원을 본 적이 없다" 고 덧붙였다.

부산시 재난관리과나 남구청 재난관리 담당자는 "사고가 난 비탈면은 공사가 잘 마무리돼 붕괴 위험이 전혀 없었다" 고 주장했다.

그래서 부산시나 남구청은 이 지역을 '재해위험지' 로 지정하지도 않았다.

이들은 "어젯밤부터 비가 많이 내려 산자락이 스며든 빗물을 이기지 못해 붕괴된 것 같다" 며 '재해' 로 보았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높이 40여m 비탈 위의 지름 50㎝ 가량의 배수구가 평평하게 설치돼 평소에도 물이 잘 빠지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이 비탈면은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탈면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는 공법으로 조성됐다.

그래서 비탈면으로 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배수구를 설치했으나 이 배수구가 제 구실을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재난방지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 비탈면 공사의 부실시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항에서 처리되는 수출입 컨테이너를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만든 이 도로는 시공회사가 네번이나 부도나면서 공기가 3년 늦춰져 96년 개통된 부산항 컨테이너 배후도로 2차 공구. 시공회사가 공기에 쫓기면서 마무리공사를 소홀히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도로와 비탈면을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부산시가 나눠 관리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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