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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령산 산사태 이모저모] 지진난듯 산 두동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부산시 남구 대연3동 황령산터널 입구 산사태로 산은 두동강나 있었다.

높이 10~50m, 너비 3백20m 정도로 파인 산등성이에는 나무는 간 데없고 흙만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었다.

마치 거대한 칼로 산을 도려낸 것 같기도 하고 지진이 난 것도 같았다.

○…사고 현장에는 무너진 흙더미가 30m 높이로 6차선 도로를 길이로 1백m 가량 뒤덮었다.

도로로 무너져 내린 흙더미는 14만여t에 이르고 있다.

조그만 산 하나가 주저앉아 내린 꼴이었다.

이 도로 바로 옆 부산도시고속도로 진입램프 교량도 1백m 정도 내려앉았다.

산사태가 일어난 곳에서는 지하수가 계속 솟구쳐 올랐고 지반이 밀리면서 인도의 보도 블록이 곳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사고가 나자 소방서.구청.인근 군부대 등에서 3백50여명이 동원돼 굴착기.덤프트럭 등으로 흙더미를 제거하고 있으나 토사량이 워낙 많아 발굴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흙더미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1주일 이상 걸릴 것 같다" 면서 "왕복 6차로의 도로를 완전히 가로막고 있는 고가도로 교각과 상판을 제거하려면 한달 이상 걸릴 것" 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10일 오전부터 사고현장 부근 대남 지하차도 대형차량 통행금지를 위한 교통신호체계 조정을 위해 차량통행을 일부 통제, 지나던 차량이 평소보다 훨씬 적어 매몰피해 차량이 적었다.

○…친구 2명과 함께 브로엄 승용차를 몰고 가다 극적으로 탈출한 孫모 (60.여.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승용차를 몰고 터널램프에 진입, 30m 정도 올라가는 순간 도로 옆쪽 절개지 부분이 무너져내렸다" 고 말했다.

孫씨는 "차량을 1m 정도 급히 후진시키는 순간 차량 뒤편 아스팔트가 치솟아 올라 차를 버리고 빠져나왔다" 고 밝혔다.

○…사망한 육군군수사령부 소속 權영민 (21) 상병은 사령부 참모장 조모 소장의 운전병으로 밝혀졌다.

權상병은 조참모장의 세탁물을 찾기 위해 참모장의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權상병은 인성산업대 2년을 마치고 98년 2월 입대, 전역을 8개월 남겨놓고 있었다.

충북 청주시에서 식당을 하는 권태진 (52) 씨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부산 = 강진권.정용백.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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