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배우 김명민은 있고, 감독 박진표는 없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5호 05면

팬들은 그를 ‘명민본좌’라 부른다. 연기가 어떤 경지에 올라섰음을 일컫는 표현이다. 실제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그가 보여 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단순히 극 중 배역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되어 그의 삶을 사는 사는 ‘메소드 연기’의 대표 주자답게 완벽한 몰입의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김명민이 연기한 이순신·장준혁·강마에는 단순한 드라마 캐릭터를 뛰어넘어 살아 있는 인물처럼 시청자의 뇌리에 남았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감독 박진표, 출연 김명민·하지원·임하룡

‘내 사랑 내 곁에’는 지난해 인기 돌풍을 일으킨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출연작이다. 그간 TV 드라마에서의 높은 성가에 비해 영화에서는 ‘안타’를 날리지 못했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일컬어지는 루게릭병 환자 역을 맡은 김명민은 실제 환자처럼 매일 0.5~1㎏씩 감량하며 총 20㎏의 생살을 빼는 극한체험에 도전했다. 충무로 최고의 화제작 제조기 박진표 감독과의 조합도 기대치를 높였다.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 ‘그 놈 목소리’ 등 손대는 작품마다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온 이다.

추석 시즌 ‘불꽃처럼 나비처럼’과 맞붙은 ‘내 사랑 내 곁에’는 일단 100만 명을 먼저 돌파하며 올 추석 승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적 성공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목숨을 건 극한 감량이라는 배우의 연기 투혼은 감동적이지만, 그 밖에 영화 자체가 주는 감동은 적기 때문이다.

극 중 종우는 병들고 죽어가지만,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는 아내 하지원의 사랑은 애틋하지만, 이런 상황과 인물이 주어야 하는 절절함은 객석에 잘 와 닿지 않는다. “너희가 사랑을 알아”라는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대사(하지원)에도 불구하고, 객석의 감정선에는 별다른 파고가 없다. 좀 과장하자면 영화에서 제일, 그리고 어쩌면 유일하게 감동적인 부분은, 오직 김명민의 ‘살신성인’급 연기 투혼일 뿐이다.

‘다큐멘터리적 연출’이라는 수식어로 설명되곤 했던, 박 감독 특유의 직설화법과 극적 빈곤이 극대화돼 센세이션 이상의 영화적 울림을 끌어내지 못한 영화가 바로 ‘내 사랑 내 곁에’다. 관객은 박수를 치고 눈물을 흘리지만 그게 영화 때문인지, 그저 지독한 배우 김명민 개인 때문인지 모호하다. 목숨을 건 배우의 투혼을 영화적 완성도로 연결시키기는커녕 마케팅 요소 이상으로 끌어내지 못한 감독의 무력한 연출은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듯하다.

상대적으로 하지원의 안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종우가 세상을 떠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생생하고 씩씩한 목소리의 김명민이 부르는 ‘내 사랑 내 곁에’는, 이 노래와 청춘을 함께한 40대 이상 관객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줄 듯.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