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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노벨평화상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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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7월 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올해 말 실효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후속 협정의 초안이 담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수를 대폭 줄일 예정이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9일 오전11시(현지시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라고 발표하자 세상이 깜짝 놀랐다. 그는 후보자 205명 가운데 포함돼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수상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 마감일은 2월 1일이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취임한 지 2주도 안 된 때여서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다.

외신들도 수상 발표 직전까지 “올해는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없다”는 논평과 함께 콜롬비아의 피에다드 코르도바 상원의원, 요르단의 가지 빈 무하마드 빈 탈랄 왕자, 아프가니스탄의 인권운동가 시마 사마르 등을 예상 수상자로 꼽았다. 미국의 CNN방송조차 오바마 대통령을 유력 후보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등장으로) 유엔과 국제기구의 역할을 강조하는 다자 외교가 중심을 되찾았고 가장 힘겨운 국제 분쟁에서도 대화와 협상이 선호되고 있으며,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그의 비전은 군축과 무기 통제 협상에 큰 자극이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교토(共同)통신은 “이번 수상은 현실적으로 수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핵무기 폐기를 주장해 온 오바마의 정책을 지지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평화 분위기를 한층 무르익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핵무기 보유가 국가 안전보장으로 연결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려는 것도 수상 목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래 비전 높게 평가”=오바마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배경에는 대화와 협상·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스마트 외교’가 있었다. 지난달 25일 유엔 안보리 정상회의에서 통과된 ‘핵무기 확산과 핵실험을 막는 결의안 1887호’는 ‘핵무기 위험이 없는 세상’을 향한 오바마의 의지가 이뤄낸 성과였다. 러시아와는 7월 핵 군축 협정인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새 협정 초안에 합의했다. 러시아를 자극했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을 철회한 것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

오바마는 중동 문제에서도 교착 상태에 빠진 중동평화회담을 재개하고 이란·미얀마·북한 등 미국과 반목해 온 국가들에도 화해의 손을 내밀어 대화 가능성을 열었다. 미국과 껄끄러웠던 쿠바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베네수엘라와는 국교를 정상화했다. 특히 6월 이집트 카이로대를 방문해 ‘테러와의 전쟁’으로 감정의 골이 팬 이슬람 세계에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며 국제사회의 각광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오바마만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과거 수상자=현직 국가지도자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경우는 종종 있었다. 최근의 사례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이 있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1971),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78),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78), 오스카르 아리아스 코스타리카 대통령(87),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90),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94) 등도 재임 중 받았다. 대부분 국제 분쟁 해소에 기여한 점이 인정됐다. 다만 74년 평화상을 받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일본 총리는 수상 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의 비핵화를 선언했다는 것이 수상 이유였지만, 그가 핵무장 가능성을 검토하는 비밀 보고서를 만들도록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권·사회 운동가들 중에는 알베르트 슈바이처(52), 마틴 루터 킹 목사(64), 테레사 수녀(79), 레흐 바웬사(83), 무하마드 유누스(2006) 등이 받았다. 적십자사(63), 유니세프(65), 국제사면위원회(77), 국경 없는 의사회(99년) 등의 국제 단체도 수상했다.

이상언·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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