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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XP 서비스팩2 내달 배포 앞두고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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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 XP의 업그레이드 버전 '서비스팩2(SP2)'를 다음달 초 내놓기로 하면서 국내 인터넷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 버전은 강력한 보안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이 버전이 깔린 컴퓨터에선 각종 메신저와 온라인 게임, 팝업 형식(메인 화면 위에 기존 창보다 작은 별도의 창이 뜨는 방식)의 서비스 등이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전면 차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보안 강화라는 MS사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서비스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MS 측이 자사 서비스인 MSN 메신저와 홈피는 이런 제한을 받지 않도록 조치해 놨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일부 업체는 형평성 문제를 들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팝업 서비스 업체들은 특히 비상이다. 네이트 닷컴의 미니홈피 싸이월드의 경우 최근 자체 테스트까지 했다. 그 결과 SP2 운영체제에서는 싸이월드가 차단되는 것으로 확인되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만일 싸이월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화면 밑에 조그맣게 있는 창을 띄워 '임시로 팝업 허용'이나 '현재 사이트의 팝업을 항상 허용'등을 클릭해야 한다.

싸이월드뿐 아니라 다른 사이트들의 팝업창 전부에 대해 차단을 피하려면 인터넷 옵션에 찾아 들어가 '팝업 차단' 체크 표시를 없애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터넷 업체들은 네티즌들이 이같이 '팝업 차단'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자사 프로그램이 유해 프로그램이라는 선입관을 갖게 되고, 또 컴퓨터에 익숙지 못한 회원 상당수가 이탈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SP2가 갖춘 통신 프로그램 차단 기능은 더 위협적이다. 이 기능은 개인끼리 연결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방화벽으로 모두 차단한다.

네티즌들의 일상적인 대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세이클럽.버디버디.네이트온 등 메신저 프로그램이나 한국이 종주국 격인 각종 온라인 게임도 막힌다.

계속 이용하려면 차단과 함께 뜨는 '이 프로그램을 계속 차단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보고 두 번째에 있는 '차단 해제'라는 항목을 선택해야 한다. 반면 MS가 서비스하는 메신저는 차단이 안 되도록 설정돼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불필요한 광고 등으로부터 해방되고, 바이러스 차단 능력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배포하는 보안패치의 경우 한계가 있고, 수시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만큼 아예 강력한 방화벽을 갖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는 불만이 대단하다. 특히 메신저나 온라인 게임 등은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서비스여서 국내 업체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네이트닷컴의 권승환 부장은 "인터넷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일임에도 MS 측이 소비자나 기업에 별다른 설명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횡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MS 관계자는 "새 운영체제는 보안을 최우선으로 만들어져 다소 불편하지만 결국은 소비자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차츰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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