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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지여왕 이미자 '트로트40년' 기념음반·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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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노래는 흘러 40년. 인생도 흘러 40년. 서민들의 애환을 '눈물젖은 정서' 로 달래온 이미자씨가 올가을로 활동 40년을 맞았다. 오늘 우리에게 이미자는 누구이며 그녀가 부른 트로트는 우리가요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김총재, 왜 그리 손목을 오래잡아. " 8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미자 (58) 씨의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가 끝난뒤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그녀와 악수를 하면서 시간을 오래 끌자 옆에 섰던 김영삼 당시 민주당 총재가 '질투심 (?)' 때문인지 우스갯말을 던졌다.

대통령부터 저잣거리의 서민까지 6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했던 국민가수 이미자씨. 59년 열아홉 나이에 '열아홉 순정' 으로 데뷔한 그녀가 올해 가수생활 40년을 맞아 8일 기자회견을 갖고 40주년 기념음반 2장을 선보인다.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등 과거의 히트곡과 손수 작사한 '내노래 40년' 등 신곡 8곡을 담은 '대표곡집' 그리고 '낙화유수' '고향설' '화류춘봉' 등 월북작가들의 묻혀진 노래 16곡을 부른 '월북작가작품집' 이 그것이다. 이어 10월 16~18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40주년 기념콘서트를 연다.

"89년 30주년 기념공연한 게 엊그제같은데…. 이제 공연은 몰라도 신곡을 내기는 힘들것 같네요. 저를 사랑해 주신 국민들께 보답하는 마음에서 마지막 새음반을 냈습니다. "

기자회견에서 얘기하겠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 이씨는 자택인 서울 방배동 빌라에서 공연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 나란히 40주년을 맞은 패티김이 그 서구형 예명처럼 우리 가요계에 스탠다드 팝 바람을 일으켰다면 이미자씨는 비록 일제의 유산이긴하나 '자' (子) 자가 주는 서민적 뉘앙스에 맞춰 가장 한국적인 트로트를 대중에 선사했다.

64년 그녀가 부른 '동백아가씨' 는 요즘으로 치면 밀리언 (1백만) 셀러에 해당하는 10만장이 팔려나가며 선풍을 일으켰다.

이후 그녀는 해마다 10여장씩 음반을 내며 '대중가요 = 트로트' 란 등식을 만들었다.

이미자씨는 일체의 기교나 과장을 부리지 않고 호소력 짙은 노래를 불렀다. 그럼으로써 트로트의 핵심인 '절절한 비극성' 을 목소리로 담아냈다. 전쟁의 상흔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60년대 대중은 막 시작된 근대화.도시화 물결에서 겪는 이중의 마음고생을 그녀의 절제된 슬픈 선율로 달랬다.

'엘레지 (悲歌) 의 여왕' 이라는 칭호는 그래서 나왔다. 클래식 음악학자인 효성여대 박종문 교수 (작곡) 는 '이미자론' 을 통해 "이미자의 음색은 가늘면서도 비단결같이 고운, 한세기 한번 나올까말까한 미성" 이라며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한풀이이며 마음의 정화요 깊은 교감" 이라고 높이 평가 했다.

그러나 이미자씨는 과거의 가수만은 아니다. 그녀는 유일한 트로트 전문쇼 KBS '가요무대' 에 3백회 넘게 출연하며 중장년층에서는 여전히 최고 인기스타로 군림하고있다.

하지만 음반 활동은 이번 40주년 기념음반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여 아쉽기만 하다.

[이미자 누구인가]

▶41년 서울 한남동에서 출생

▶58년 문성여고 졸

▶59년 나화랑 작곡 '열아홉 순정' 으로 데뷔

▶64년 임신9개월에 취입한 '동백아가씨' ,가요사상 최다판매 기록

▶65년 '동백아가씨' , 왜색 이유로 방송금지. (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도 금지)

▶69년 1천곡 돌파 기념 리사이틀

▶87년 '동백아가씨' 등 해금

▶8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30주년 기념공연

▶91년 KBS자료실, 이미자 발표곡 2천64곡으로 집계

▶95년 가수로는 5번째로 화관문화훈장 받음 (김정구.손목인.반야월.황금심에 이어)

[이미자 히트곡 40선]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아빠

울어라 열풍아, 흑산도 아가씨, 황포돛대

여자의 일생, 열아홉 순정, 사랑했는데

서울이여 안녕, 그리움은 가슴마다, 빙점아씨, 삼백리 한려수도

지평선은 말이없다, 여로, 울지도 못합니다

섬처녀, 임금님의 첫사랑, 정동대감

아네모네, 유달산아 말해다오, 한번준 마음인데

평양기생, 눈물이 진주라면, 타국에서

영산포아가씨, 엘리지의 여왕, 임이라 부르리까

여객선, 네온의 블루스, 모정

낭주골처녀, 떠나도 마음만은, 동백꽃 피는 항구

무정, 저강은 알고있다, 대답해주세요

사랑합니다, 서귀포 바닷가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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