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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100주년…기술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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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국의 철도가 올해로 국내 도입 1백년을 맞았다. 1899년 9월 18일 경인선 (노량진 - 제물포 33.2㎞) 개통 이래 고속철도에 이르기까지 주요 철도기술의 발달사를 짚어본다.

경부고속철 서울 - 부산 약 4백㎞ 구간에 깔리게 될 레일 (長大레일) 은 사실상 길이 4백㎞의 철근 1개나 다름없다.

철강 공장에서 생산되는 보통 레일 (표준레일) 의 길이는 25m.하지만 첨단용접기술로 눈으로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쪽같이 이어 붙이기 때문이다.

철도청 김선호 (고속전철운영과) 과장은 "장대레일은 이음매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어 승차감은 물론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고 말한다.

기차가 달릴 때 주기적으로 나는 '덜커덕' 소리는 바퀴가 이음매 틈새와 마찰해 생기는 것. 이런 마찰은 시속 3백㎞인 고속전철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다.

경인선 초기 철도는 기껏해야 시속 30㎞인지라 이음매에 틈이 있어도 별 문제가 없었다.

장대레일의 또 다른 장점은 온도변화에 강한 것. 레일 주변은 여름철에는 섭씨 60도,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진다. 이 때문에 레일이 변해 최악의 경우 탈선할 수 있다.

그러나 경부고속철 레일 중 이런 조건에 놓이는 것은 서울.부산 양 끝 부분의 1백m에 불과하다.

최첨단 안전운행 시스템도 눈부신 기술의 비약을 보여준다. '졸면 혼나는' 운전실의 졸음방지페달이 대표적. 기관사는 이 페달이나 주제어 레버 혹은 누름 버튼 등 셋중 하나를 주기적으로 조작해야 한다.

기관사가 1분 이상 졸기라도해서 같은 신호가 나온다면 곧바로 경보음을 울리고 그래도 반응하지 않으면 비상제동까지 건다. 멋모르는 테러리스트가 기관실에 침입, 기관사를 두 손을 들게하면 기차는 곧 서버린다.

레일의 안전신호체계도 급속히 발달하고 있다. 경인선을 비롯 철도 초기에는 앞.뒤차의 간격조절은 기관사의 육안과 통신에만 의존했다.

그러나 60년대 들어 레일 6백~8백m마다 설치된 자동안전신호체계는 추돌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레일에 미세한 전기를 흘려 앞뒤 기차의 거리에 따라 경계.주의.감속 등 다단계 신호를 보내도록 한 것. 양쪽 레일을 철사로 연결하면 손전등을 희미하게 밝힐 만한 전기가 들어온다. 고속철도에서는 이런 신호가 운전실 계기판에 나타나도록 컴퓨터화 했다.

안전의 최후 보루인 제동 장치는 80년대 후반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고속철에 도입되는 회생제동법은 제동시 발생하는 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전기를 생산, 이 전기를 뒤에 오는 차량에 보내 가속에너지로 쓴다.

과거 지하철 1호선이 역에 정차하면 차량 아랫부분에서 후끈 열이 올라왔던 것은 제동에너지가 그대로 열로 방출됐기 때문. 80년대 초까지도 대부분 열차는 자전거 브레이크와 비슷한 원리로 멈췄다.

상대적으로 기술 진보가 더딘 것은 바퀴. 철도청 전기국 이길영국장은 "바퀴는 예나 지금이나 레일의 안쪽을 비스듬히 물고 도는 방식으로 굴러간다" 고 말한다.

바퀴의 단면이 이처럼 비스듬하기 때문에 레일중 바퀴와 마찰이 일어나는 것은 레일 폭 중 절반 안쪽. 이런 이유로 레일의 한쪽이 닳으면 반대로 부설해 최소 3~4년은 더 쓸 수 있다.

바퀴 수는 객차 1량당 4쌍이 기본. 그러나 고속철의 등장과 함께 이를 2쌍으로 줄이는 경량화 기술이 개발돼 바퀴 무게만큼 편의시설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소음은 철도의 영원한 고민거리. 현재 철도 중 최우등급인 새마을의 소음은 70데시벨 (dB) 안팎으로 고속버스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다.

속도가 높을수록 저항이 커지므로 오히려 옛날 철도보다 소음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좌우 진동이 많은 것도 철도의 숙명. 이국장은 "틸팅 (기울임) 기술이 개발되면 훨씬 부드럽게 기차가 움직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프링과 마찰 구조상 앞 좌석이 편안한 버스와 달리 기차는 중간 자리가 진동이 적다고 들려줬다.

철도는 장치.기술 의존도가 큰 게 특징. 그간 외국기술을 소화하기에 급급했던 데에서 벗어나 우리 기술을 선보이게 될 날이 언제일지 궁금하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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