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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회장 소환예고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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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1부 (李勳圭부장검사) 는 6일부터 8일 사이 현대중공업 김형벽 (金炯璧).현대상선 박세용 (朴世勇).현대증권 이익치 (李益治) 회장을 차례로 소환한다.

이들 사이에서 주가조작에 쓰인 수천억원대의 돈이 오고간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국은 9일께로 예정된 정몽헌 (鄭夢憲) 현대전자 회장의 소환이 수사의 대미 (大尾)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가장 큰 관심은 "검찰이 鄭씨 일가에까지 칼을 대느냐" 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현대증권 박철재 상무가 구속됐을 때 이 사건의 큰 윤곽은 이미 다 드러난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현대증권이 중공업과 상선의 자금을 동원해 전자의 주가를 조작한 사실관계에 대해선 충분한 증거가 이미 확보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누구의 지시로 주가조작이 이뤄졌고 그로 인한 이득은 누가 챙겼느냐" 는 부분에 수사를 집중시켰다.

이는 결국 鄭씨 일가가 최종 책임자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임양운 (林梁云) 서울지검 3차장은 4일 "이익치 회장은 경영실적을 호전시키려고 주가를 조작한 것 같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적자를 낼 상황이었는데 1천3백억원의 흑자를 냈다.

현대전자 전환사채를 팔아 1천억원을 챙기고, 보유하고 있던 현대전자 주식을 팔아 4백억~5백억원의 이익을 봤기 때문" 이라며 '이익치 책임론' 을 들고 나왔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李회장은 현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7인위원회의 멤버이고 대단한 실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을 종합하면 이익치 회장이 자기 회사의 흑자를 위해 주가조작을 시도했고, 실세였던 그가 현대상선과 현대중공업에 자금동원을 요구했다는 자연스런 결론이 도출된다.

따라서 李회장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현재의 검찰쪽 분위기다.

이는 그동안 증시에서 나돌던 "현대전자가 LG와 빅딜을 앞두고 몸집을 키우기 위해 주가를 올린 것" 이란 소문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몽헌 회장도 혐의를 벗게 된다.

하지만 그 경우 "검찰 수사가 재벌봐주기로 갔다" 는 비난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검찰도 그걸 고민하는 눈치다.

검찰 내부에선 또 "과거 92년 대선자금 수사 때처럼 사장단이 오너 (소유주) 를 보호하려고 결사적으로 나설 게 뻔하다" 며 현실적으로 鄭씨 일가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한다.

이와 함께 검찰수사가 시작된 뒤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니냐" 고 불평하는 등 검찰에 유무형의 압박이 가해졌다는 비난도 나온다.

이번주 중으로 다가온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이중 어디쯤에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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