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민관 협력으로 APEC을 도약의 발판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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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아태경제협력체(APEC)는 출범 20여 년 만에 회원국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전 세계 GDP의 54%, 교역의 44%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경제 협력체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APEC은 역내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및 교역의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주된 동인(動因)은 무엇보다 역내에서 이루어진 과감한 무역 및 투자 자유화 노력을 들 수 있다. 출범 당시 17%였던 APEC 역내 평균 관세율이 지금은 5% 수준으로 낮아졌다.

APEC은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지역주의의 빠른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아·태 지역 경제협력체로 출범했다.

그러나 배타적 경제블록을 형성한 기존 지역경제 체제와는 다르다. APEC은 동아시아와 미주지역을 잇는 개방적 다자체제를 지향해 향후 세계경제 질서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APEC은 위기 극복을 통한 경제 회복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APEC에 ‘새로운 무역장벽 도입 자제’ 메커니즘 구축을 제안해 적극적인 지지를 얻었다. 또 APEC은 역내 인적·물적 교류환경 개선에도 힘을 기울여 최근에는 역내 거래비용을 5% 감축했다.

APEC이 무역자유화와 경제·기술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 ABAC(APEC 기업자문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ABAC는 APEC 정상회의에서 다루게 될 주요 의제에 대한 역내 기업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건의함으로써 역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올 8월에 열린 ABAC 3차 회의에서는 지속가능 발전, 보호무역주의 확산 방지, 아·태 자유무역지대와 같은 글로벌 이슈들이 깊이 있게 논의됐다.

3차 회의에서 수렴된 건의사항은 APEC 정상과의 대화, 통상장관 회의, 재무장관 회의 등을 통해 개진될 예정이다. 특히 오는 11월 12일부터 3일간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APEC CEO 정상회의에서는 역내 800여 명의 정·재계 인사가 모인 가운데 경제계의 입장을 역내 정상들에게 전달하게 된다. 기업들은 이와 같은 APEC CEO 정상회의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수출입 및 투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APEC은 한국의 발전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경제적인 실리를 구현할 수 있는 통상외교의 장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APEC 출범부터 주도적 역할을 해 왔으므로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재 역할을 통해 역내 중심 국가로 부상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체제에서 세계경제와 지역경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선 공정교역과 자유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글로벌 규범이 필수적이므로 이를 논의하는 APEC 등 경제협의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따라서 민관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APEC을 우리 경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지평을 넓히는 도약의 기반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