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중선거구제 추진에 자민련 충청권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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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 총선을 중선거구제로 치르겠다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거듭된 다짐으로 인해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충청권 민심이 자민련에서 많이 떠났지만 소선거구제로 그대로 가면 자동 재공천→당선권 진입의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인접 소선거구를 3~4개로 묶어 3명의 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될 경우 대전.충남북의 지역구 (28개)가 8개로 확 준다.

자민련은 한 선거구에 최대 2명씩 공천할 방침이다.

그럴 경우 그곳의 현역 의원들 중 대전 (현 7명)에서 3명, 충남 (13명)에서 5명, 충북 (6명)에서 2명 등 10명 가량이 공천에서 밀려난다는 게 내부 계산. 대전은 국민회의 이인제 당무위원이 서구 (甲 이원범.乙 이재선)에서 출마의지를 흘리고 있다.

당연히 이곳 의원들은 긴장하고 있다.

李위원은 1일 여의도 정우빌딩의 개인 사무실에서 "대전과 고향인 논산, 과거 지역구인 안양에서 출마하는 방법이 있다" 면서 "대전사람들이 (출마해달라고) 야단이야. 고향에서 나오라는 사람도 많고…" 라고 은근히 대전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대해 이원범 의원은 "대전에서 국민회의 간판으로 나오면 최대 득표수가 고작 1만5천표 정도일 것" 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면서도 편치 않은 기색을 보였다.

동구의 김칠환 (甲).이양희 (乙) 의원, 중구 강창희.대덕 이인구 의원 중에서도 2명만 공천을 받는다.

다만 강창희.이인구.김칠환 의원이 김용환 의원의 깃발 아래 별도 신당을 만들 경우 JP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이양희 의원의 마음은 좀 편해질 수 있다.

충북의 경우 괴산 (김종호) - 진천.음성 (정우택) - 충주 (김선길) 권과 청주 (구천서. 오용운) - 청원 (오효진.원외) - 보은.옥천.영동 (어준선) 권의 2개 선거구로 나뉜다.

이에 따라 5선의 김종호 의원과 초선의 정우택 의원 사이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김종호 부총재는 JP를 비롯, 박태준 총재.김용환 의원과 수시로 만나는 '고공전' 을 펴는데 반해 鄭의원은 지역구에 살다시피하는 '저인망전' 을 구사하고 있다.

이같이 같은 당 의원들끼리 예비선거전이 치열해지자 공천권을 쥐고 있는 JP의 당내 주가 (株價) 는 일반 여론과 달리 치솟고 있다.

지난 일요일 충남의원 골프모임에서 金총리와 다소 소원한 관계였던 6선의 정석모 (공주) 의원은 JP에게 "앞으로 잘 모시겠다" 고 다짐했다.

반 (反) JP노선에 소선거구제론자인 김용환 의원도 '중선거구제 상황' 이 역설적으로 싫지 않은 눈치다.

金의원측은 "중선거구제가 되면 JP공천에서 탈락할 10여명의 현역의원이 우리쪽으로 오지 않겠느냐" 며 '이삭줍기' 를 기대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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