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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Diary] 프랑스브랜드 ‘우영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명품 브랜드 ‘겐조’는 프랑스 것일까, 일본 것일까. 아마도 보통 사람이라면 ‘겐조’라는 이름만으로 일본을 먼저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 일본 출신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가 만든 브랜드니 일본 것이란 말도 맞다.

반면 패션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겐조=프랑스 명품 브랜드’라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1993년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인 프랑스 회사 LVMH가 이 브랜드를 사들였으니 회사의 국적으로 따지자면 프랑스도 정답이긴 하다. 그럼 둘 다 맞다는 얘기? 아니다. 패션계에서 겐조를 일본 브랜드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겐조는 엄연히 프랑스 파리 컬렉션 기간에 꼭 가 봐야 하는 중요 패션쇼다. 그리고 겐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브랜드가 일본인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세계 패션의 수도’로 불리는 파리에서 각광받으면서 명품 브랜드로 불리게 됐고 소비자는 바로 이런 이미지를 사고 싶어한다. ‘꼼 데 가르송’이란 브랜드도 일본인 패션 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가 디자인하지만 디자이너의 국적보단 이 브랜드가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데 열광하는 소비자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세계 명품 시장에서 ‘메이드 인 프랑스’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중요한 이유다.

지난달 말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고급 백화점 다카시마야 4층 남성복 코너에 들렀다. 4층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널찍한 한국인 디자이너의 매장이 눈에 띄었다. 국내 소비자에게 ‘솔리드옴므’로 익숙한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씨의 매장이다.

세계 고급 남성복 시장용 브랜드인 ‘우영미(wooyoungmi)’의 간판을 달고 있었다. 정면 오른쪽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왼쪽엔 돌체&가바나 매장이 들어서 있다. ‘솔리드옴므’는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고급으로 통하긴 하지만 명품 매장과 같은 층에 있진 않다.

한국과 다른 풍경에 조금 놀라며, 우리나라 디자이너의 매장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겐조와 꼼 데 가르송을 떠올렸다. ‘wooyoungmi’란 태그가 붙은 한 벌에 3만 엔(약 40만원)짜리 셔츠를 사는 일본 소비자들은 과연 무엇에 열광하는 걸까. ‘한국인’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보다는 프랑스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 8년째 주목받고 있는 ‘프랑스 브랜드 wooyoungmi’를 좋아한단 생각이 들었다. 우씨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wooyoungmi’가 ‘제2의 겐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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