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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나카타 한·일스타 평가전서 자존심 격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일본 대표팀 필립 트루시에 감독은 최근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급히 로마로 날아갔다.

이탈리아 페루자팀에서 뛰고 있는 나카타 히데토시 (22) 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그는 "나카타를 한.일전에 뛰게 하는 대신 올림픽 최종예선 4경기 중 2경기에만 나카타를 출전시킨다" 고 페루자 감독과 약속했다. 한.일전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 - 일본 올림픽대표 평가전. 허정무 감독과 트루시에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초긴장하고 있다. 비록 평가전이지만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표팀 첫 훈련이 시작된 30일 동대문운동장. 나카타를 이길 필승의 카드로 선발된 이동국 (20) .그는 나카타가 한.일전에 뛰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가슴속으로 '타도 나카타' 를 외치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처음으로 벌어지는 이동국 - 나카타 대결. 양국 축구팬들은 국가간 대결 못지않게 이들이 펼칠 그라운드 대결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둘은 모두 고교졸업 후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입단할 만큼 프로근성으로 뭉친 신세대다.

나카타는 프랑스월드컵을 거쳐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 스카우트돼 일약 세계적 스타 대열에 합류한 일본 축구의 영웅. 이동국 역시 최종목표로 유럽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일본축구의 자존심 나카타 역시 이동국이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넓은 시야를 가진 나카타는 날카로운 패싱으로 공격을 이끄는 게임메이커. 그러나 이따끔 위협적인 중거리 슛으로 골네트를 가른다.

이에 비해 이동국은 빠른 발로 적진을 돌파해 들어가며 터뜨리는 호쾌한 터닝 슛이 일품이다.

오는 7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질 한.일 올림픽대표팀평가전. 이들 신세대스타의 자존심대결은 이미 시작됐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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