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문제 많은 지하철9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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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확정된 서울시 지하철 9호선 건설계획이 가관이다.

신공항철도.9호선 직결문제가 대두되는 터에 서울시는 9호선 터널을 좁게 뚫는 방침을 정했다.

신공항철도 차량 폭은 3.2m, 9호선 차량은 2.8m로 40㎝가 좁으니 신공항철도차량은 영원히 9호선에 얼씬도 못한다.

건설비는 8백94억원 절감되지만, 나중 운영단계에서 차량비.에너지비용.정비 인건비 등이 더 드는 걸 함께 계산하면 전혀 득될 게 없다.

9호선은 또 총연장의 80%를 도로 위에서 파들어가는 개착 (開鑿) 공법으로 뚫린다.

48.3%가 터널공법인 2기 지하철에도 시민들은 질렸는데, 9호선에 또 주요 간선도로 하나를 6년 동안 공사용 자재창고로 내놓아야 한다.

절감될 공사비는 5백여억원. 정차역 한개 건설하는 비용이다.

그러나 이같은 건설 편의를 위해 시민들은 엄청난 혼잡비용을 6년간 줄곧 부담해야 한다.

다행히 건설교통부가 이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가 9호선 건설계획승인을 요청하자 내심 당황한 건교부는 "신공항철도와 9호선의 연계방안이 미흡하다" 는 보완지시를 내렸다.

일단 시간을 벌고, 세부 검토를 하는 수순이다.

실무담당자는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잘못된 결정으로 후손에게 두고 두고 욕을 먹을 수는 없다" 며 제대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한다.

그렇다면 한 가지 더 있다.

신공항철도 건설계획도 사실은 엉망이다.

민자사업단의 운영계획도 불분명하고, 수요예상도 한참 어긋난다.

노선을 바꾸자는 주장도 한다.

건설시기를 계속 늦춰온 철도청은 그러나 민자유치를 서두르며 낡은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

그러나 "김포공항까지만 오는 공항철도를 누가 타겠는가" 에 대해선 답변을 못한다.

이미 한참 늦은 신공항철도를 외자유치 핑계로 졸속 건설하게 할 수는 없다.

9호선.신공항철도 건설계획을 함께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시간을 갖고 건설 편의가 아닌 이용 시민을 우선한 직결방안을 제대로 마련해 후손에게 넘겼으면 한다.

음성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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