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희로씨 '차별의 한' 거두고…“일본 용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그는 고국에서 제2의 인생을 일본을 용서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재일 한국인 무기수 김희로 (金嬉老.71) 씨. 金씨의 후견인인 박삼중 (朴三中) 스님은 26일 "金씨가 일본을 용서하고 포용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귀국 다음날인 9월 8일 첫 방문지로 경주 나자레원을 잡았다" 고 밝혔다.

경주 나자레원 (원장 宋美虎) 은 일제때 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과 결혼, 종전후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뒤 오갈데 없게 된 일본인 할머니들이 사는 양로원이다.

이곳엔 80대 일본인 할머니 24명이 외롭게 여생을 보내고 있다.

위치는 경주 불국사역 맞은편에 있다.

金씨는 이같은 자신의 뜻을 지난 24일 구마모토 (熊本) 형무소를 방문한 朴스님에게 전했다고 한다.

당시 金씨는 朴스님에게 "나자레원에 가면 '나를 차별한 일본인까지 모두 용서했으니 여러분들도 한국에서 당한 서운한 일이 있으면 모두 잊어달라' 고 말하고 싶다" 고 했다는 것이다.

金씨는 또 "일본 폭력배나 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인은 싫어하나 그외의 일본인은 모두 존경하고 사랑한다" 며 朴스님에게 경주 나자레원의 일본인 할머니에게 위로금으로 전해달라고 5만엔을 맡겼다.

일본 법무당국도 지난 5월초 金씨가 "일본에 대한 악감정을 버렸다" 는 뜻을 구마모토 형무소측에 전달하자 金씨를 석방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 후에도 한국인을 차별한 일본과 끝까지 전쟁하겠다" 던 金씨였다.

그러나 98년 어머니가 숨지자 "어머니가 안계시는 일본에서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

일본에서의 모든 것을 용서한 뒤 어머니의 고향에 돌아가 살고 싶다" 며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朴스님은 전했다.

또 "용서하는 게 일본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 이라는 朴스님의 끊임없는 설득도 한몫 했다고 한다.

金씨는 지난 1월과 4월 부산의 한 소년원과 정신대 할머니가 살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원장 혜진스님)에도 5만엔씩의 성금을 보내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金씨는 귀국 이틀째인 9월 9일 오전엔 국회를 방문, 자신의 석방결의안을 채택해준 외무위원회 위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

또 이날 오후 광주시 나눔의 집을 방문, 정신대 할머니를 위로할 예정이다.

부산〓강진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