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초점]증시에 외국인 발길 다시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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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만 하던 외국인들의 주식투자는 지난 19일부터 다시 '사자' 로 돌아섰다. 순매수 규모도 지난 19일에는 3백10억원에 불과했으나 23일부터는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릴 것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늘어나고 있다.

최근 닷새동안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인 규모는 모두 3천9백억원에 달했다.

종목별로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9일 이후 한국전력과 삼성전자 등 실적 호전이 확인된 핵심 블루칩과 현대전자.SK 등 중가 (中價) 우량주, 삼성증권과 국민은행 등 금융주를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익 (金承翼)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5월 이후 나타났던 외국인들의 '팔자' 공세는 대체로 마감되는 분위기" 라며 "대우 문제 등 변수는 있지만 외국인들이 다시 본격적인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고 진단했다.

◇ 금리 인상 영향없나 = 미국이 24일 금리를 올린 것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어 별다른 악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오는 10월께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주로 투자하는 해외 뮤추얼펀드의 자금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영국의 워버그딜론리드증권이 정리한 미국내 9백여개 뮤추얼펀드의 투자자금 유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펀드에 9천7백만달러가 유입됐다. 아시아 펀드들의 자금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지난 7월초 이후 약 한달반만이다.

그동안 외국인들이 주식을 판 자금도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증권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5~7월에 2조2천1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주식 투자자금의 해외 순유출은 1천8백만달러 (약 2백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자금은 국내에 남아 있으면서 주식을 살 기회를 찾고 있었다는 것이 교보증권의 설명이다.

제임스 루니 템플턴투신운용 사장은 "외국인들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좋게 보는 시각은 변함이 없다" 며 "그동안의 매도세는 주가가 많이 오른데 따른 차익실현의 성격이지 한국을 떠나는 것은 아니었다" 고 말했다.

◇ 주가지수 선물도 순매수 = 현물 주식외에 주가지수 선물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 16일 6천5백계약 (3천5백50억원어치) 를 사들인데 이어 지난 23일에도 6천4백계약 (3천4백90억원어치) 를 순매수했다.

이충식 (李忠植) SK증권 상무는 "외국인들이 앞으로 한국의 주가지수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는 것" 이라고 해석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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