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폭력다룬 佛몽젱의 '이미지의 폭력'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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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가장 견디기 힘든 폭력은 가장 통증이 없는 폭력이다. 스크린 위에서는 폭력이 더 광적이 돼가는 반면 관객들은 무감각에 길들여지고 있다. "

끝없는 폭력의 우물로 가라앉고 있는 현대인들 앞에 영화 속의 폭력은 어떤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는 폭력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천착한 프랑스 시사평론가 올리비에 몽젱의 시네마 에세이 '이미지의 폭력' (동문선 8천원) 이 번역 출간됐다.

화면의 폭력이 처참하고 잔인해질수록 오히려 관객들은 영화 속의 폭력세계를 자신과 무관한 환상의 세계로 착각하고 안도감을 갖게 된다는 데에서 저자의 폭력적 이미지에 대한 탐구는 시작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점이 바로 현대 사회가 폭력에 대해 매우 민감한 사회임을 증거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영화 속의 다양한 폭력 형태를 분석하기 위해 '양들의 침묵' '원초적 본능' 등 헐리우드 영화에서부터 프랑스 영화 '증오' (95년, 감독 마리외 카소비츠) , 뉴질랜드의 '전사의 후예' (94년, 감독 리타마호리) , 알바니아의 '비포 더 레인' (94년, 감독 밀코 만체브스키)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화평과 관련 지식을 동원한다.

폭력을 이 사회에서 물러나게 하고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결론적 대안으로서 저자는 마틴 스콜세지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들을 내놓는다.

두 감독은 "폭력을 멈출 수는 없지만 약화시키거나 진정시킬 수는 있다" 는 데에서 시작, "폭력적 이미지를 관객이 주체적인 경험의 세계로 끌어들여 무감각하거나 자연스럽지 않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폭력 해소의 첫걸음을 내딛게 한다는 것이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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