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7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자회사로 독자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회사)을 설립하겠다”고 보고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현행 방송광고공사(KOBACO) 외에 민영 미디어렙 제도가 도입되는 것과 관련해서다. 국회 미디어법 통과 당시 공영-민영방송 여부 논란에 휩싸였던 MBC가 사실상 민영 미디어렙 설립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방문진에 따르면 MBC는 이사회 보고에서 “각 방송사가 독자 광고회사를 설립하고, 지분도 51% 이상으로 소유권을 보장받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또 “지상파 방송 광고뿐만 아니라 케이블방송 등의 광고도 끼워팔 수 있도록 하는 크로스미디어 판매(교차 판매)도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보고에서 김종국 MBC 기획조정실장은 “공영을 할 경우 SBS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염려하고 있다”며 “(민영 미디어렙에 반대하는) 지역MBC와도 이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공영 미디어렙을 선택해도 민영 미디어렙과 차별적인 규제를 받아선 안 되며, 방송사의 자율적인 광고영업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MBC안대로 독자 미디어렙이 설립되면 자회사인 미디어렙을 통해 직접 지상파뿐 아니라 MBC드라마넷·ESPN 등 5개 케이블채널의 광고 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광고 의존도가 높아져 민영화 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상복·정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