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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메시지 공해' 심각…문자로 음란내용등 전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문팅 하실래요. " 鄭모 (27.여.회사원) 씨는 요즘 자신의 핸드폰에 쏟아지는 이같은 문자 메시지를 지우느라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10대 중.고생들이 보내는 이른바 '문팅' 요구 메시지가 하루에도 10건 이상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鄭씨는 "지난달 초 처음 받았을 때는 애교로 봐줬는데 한달전부터 갑자기 메시지가 폭주하고 있다" 며 "나 자신이 사이버 공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고 분개했다.

金모 (21.여.Y대2) 씨는 한 고교생 스토커의 끊임없는 '문팅' 요구에 며칠전 아예 핸드폰 번호를 바꿔버렸다.

金씨는 "보름전부터 매시간 메시지를 보내는 통에 도저히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친구들 3명 중 1명은 이같은 문팅 요구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고 밝혔다.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사이버 미팅' 을 즐기는 '문팅' 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며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아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문팅' 은 10대 청소년들이 핸드폰을 통해 자기들만의 언어를 주고받는 차세대 사이버 미팅. 6~7글자 단위의 짤막한 문장을 쌍방향으로 즉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폰팅.컴팅에 이어 최근 들어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자서비스를 보낼 수 있는 최신형 핸드폰이 중.고생들이 갖고 싶은 물건 1순위로 꼽힐 정도다.

崔모 (16.서울 Y고1) 군은 "저녁무렵 심심할 때 종종 문팅을 하곤 한다" 며 "다음날 교실에서 '누구와 문팅에 성공했다' 고 자랑하는 친구가 그날의 최고 스타" 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상대를 찾다 보니 아무 번호나 무작위로 눌러 '문팅' 요구 메시지를 남발하고 있다는 점. 이에 따라 회사원.대학생.주부 등 20~30대 핸드폰 소지자들이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메시지를 지우느라 정작 필요한 문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 메시지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답신이 오지않을 경우 직접 전화를 걸어 문팅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끝내 불응하는 상대방에게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음담패설을 마구 전송하는 경우도 있어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더구나 답신이 올 때까지 하루에도 10여차례씩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사이버 스토킹' 의 피해마저 급속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아직 마땅히 없는 실정. 서울YMCA 청소년상담실 이명화 (李明花) 실장은 "청소년들이 무작위로 문팅을 요구하고 음담패설까지 늘어놓는 것은 명백한 언어폭력" 이라며 "원치않는 메시지 전송은 받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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