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헌금 해명도 사실과 달라…갈수록 궁지 몰리는 하토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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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갈수록 ‘유령 헌금의 수렁’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주요 언론은 연일 하토야마 총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해명을 요구하고 있고, 야당이 된 자민당은 이를 빌미로 국회에서 민주당 정권 흔들기를 강화하고 있다. 더구나 하토야마가 그동안 했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잇따라 드러나면서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방위 압박에 몰린 하토야마=이 문제를 처음 보도했던 아사히(朝日)신문은 6일자 사설에서 “수사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국민 앞에 경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아사히는 “하토야마 총리가 ‘비서가 개인헌금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내가 기부한 정치자금을 가공의 개인 헌금으로 기재했으며, 사실이 밝혀진 후 그를 해고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사설에서 “의혹 제기가 3개월째 됐는데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진상 해명을 요구했다. 하토야마는 지난달 16일 총리 취임 연설 때와 지난 3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5일에는 돌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피해야 한다”고 말해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더 이상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정권 기반 흔들릴 가능성도=일본 정치권은 하토야마가 총리에 취임하면 유령 헌금 사건은 면죄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연립여당인 국민신당 대표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우정개혁상 겸 금융상은 “국민이 이 문제를 알고도 하토야마 총리를 선택했다는 것을 언론과 야당은 알아야 한다”며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자민당은 민주당 공격의 최대 호재로 보고 있다.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자민당 간사장은 “(비서의 잘못으로 미룰 게 아니라) 총리 자신이 책임을 지고 설명해야 한다”며 26일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추궁할 뜻을 밝혔다.

◆‘진실 게임’=하토야마의 정치자금을 관리해 온 ‘우애정경간화회’는 이미 사망했거나 실제로 헌금하지 않은 90명으로부터 190차례에 걸쳐 2200만 엔가량의 헌금을 받았다고 허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6월부터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하토야마 측은 그동안 “정치 자금 담당 비서의 개인적인 실수”라며 불법성을 부인해왔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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