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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대성동서 국제영화제 전야제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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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5일 열린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상징성이 큰 비무장 지대에서 열리는 만큼 부산영화제 못잖은 세계적 행사로 커갈 것”이라고 말하는 조재현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올 한해 전국에서 열리는 영화제만 40여 개에 이른다. 그러니 영화제 하나 더 생긴다 한들 뉴스거리가 되긴 힘들다. 22일 개막하는 ‘제1회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조직위원장 김문수)는 좀 달라 보인다. 무엇보다 전야제 장소가 비무장지대 내 민간인거주지역인 대성동마을이다. 마을회관 격인 대성동회관 2층이 60석 규모의 영화관으로 탈바꿈, 21일 전야제를 치른다. 이 마을에서 열리는 첫 공식행사다. 일반인의 발걸음이 뜸했던 파주출판도시 안의 극장(씨너스 이채)에서는 30개국에서 온 다큐 62편이 상영된다. 민통선을 관통하는 평화자전거행진도 예정돼 있다. 분단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비무장지대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의 다큐영화제, 이 범상치 않은 판을 벌린 조재현(44)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또 영화제? 과연 될까 싶었죠”=경기도로부터 영화제를 열자는 제안을 받은 건 올 초 그가 경기공연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한 직후다. “처음엔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았습니다. 영화제 하는 지자체가 정말 많잖아요. 거기에 하나 덧붙이는 건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봤죠.” 이런 생각을 바꾸게 된 건 준비과정에서 영화계 인사들과 나눈 대화 덕이 컸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의 격려가 결정적이었다.

“일본 야마가타 영화제가 다큐영화제로 명성을 날렸지만 최근엔 재정 문제 탓에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첫 다큐영화제이고, 장소가 상징성이 큰 비무장지대이니만큼 부산영화제 못지 않은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겠다는 확신을 조금씩 갖게 됐지요.”

소설가 김훈, 연극배우 손숙, 영화감독 박찬욱·이준익, 영화배우 안성기, 탤런트 이순재·최불암 등 다수의 문화계 인사가 조직위원으로 참여했다. 문화계 안팎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조씨는 “다큐는 아직까지는 극영화에 비해 비주류 장르이지만, 비인기 장르이기 때문에 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 94%라는 이례적 기록을 세우며 연극 대중화에 한 획을 그었던 ‘연극열전’의 ‘프로듀서 조재현’을 떠올린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다.

“최근 다큐 붐이 불고 있긴 하지만 TV 다큐에 비해 극장용 장편 다큐는 아직 많이 제작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저희 영화제는 10억원대 예산으로 규모는 작지만, ‘연극열전’이 연극 붐을 다시 일으켰듯 다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개막작 ‘예닌의 심장’. 팔레스타인을 배경으로 평화의 의미를 모색한 작품이다.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제공]

◆“평화와 소통 중요성 일깨우는 계기 되길”=영화제 개막작은 레온 겔러와 마르쿠스 베터 감독의 독일 영화 ‘예닌의 심장’.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 맞아 죽은 아들의 장기기증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팔레스타인 아버지 얘기를 담았다. 아들을 잃은 지 12시간 내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평화의 의미를 진지하게 모색한 작품이다. 이밖에 국제경쟁 부문에서는 ‘평화’를 주제로 최신작 9편이 총 2500만원의 상금을 놓고 겨룬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가장 방문하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가 민통선 구역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해봤습니다. 저희 영화제가 비무장지대가 어떤 곳인지, 평화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되새겨보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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