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초점] '특별이익' 함정을 조심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사 반기 보고서를 볼 때 매출액과 순이익만 보기 쉽다. 물론 이 두가지가 해당 기업의 실적중 가장 중요한 항목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당 기업이 장사를 잘해서 돈을 번 것인지, 아니면 밑지는 장사를 했으나 다른데서 돈이 들어와서 이익을 낸 것인지 구분이 안가기 때문이다. 또 공인회계사의 검토의견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 특별이익 = 말그대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이익이 아니라 어쩌다 한번 특별한 일이 생겨서 이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공장 등 회사 재산을 처분하거나 빚을 면제받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특별이익을 유독 많이 낸 회사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래에도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5백38개 상장사의 순이익은 모두 6조6천6백77억원에 달했다. 이중 특별이익에서 특별손실을 뺀 순특별이익은 2조1천5백87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사 순이익중 32%가 본연의 영업활동과 상관없는 특별이익인 것이다.

회사별로는 기아특수강의 순특별이익이 9천3백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빚을 탕감받아서 생긴 채무면제이익이 9천6백24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동아건설은 인천매립지 등을 처분한 이익이 5천4백49억원이나돼 모두 5천2백99억원의 순특별이익을 냈다.

이밖에 1천7백29억원의 보험차익을 낸 대한항공과 1천6백5억원의 채무면제이익을 낸 우성타이어도 각각 1천7백2억원과 1천6백5억원의 순특별이익을 기록했다.

◇ 공인회계사 의견 = 반기 보고서는 결산 보고서와 달리 회계사가 모든 장부를 꼼꼼히 따져보면서 감사를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대일화학.태성기공 등 2개사에 대해서는 회계사가 검토의견 제출을 거절했으며, 33개사에 대해서는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정' 의견을 냈다.

삼성전관과 전기는 삼성자동차 부분에 대한 특별손실 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각각 2천49억원과 1천3백75억원이 과대 계산됐다는 것이 회계사의 의견이다. 이를 감안할 경우 두회사는 모두 9백억원대의 적자를 낸 셈이 된다.

상아제약.동성 등 9개사도 순이익이 과대 계산됐으며 태화쇼핑.흥아해운 등 2개사는 순이익이 과소 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경기화학. 고려포리머. 나산. 대우전자부품. 바로크가구. 벽산개발. 비티아이. 삼도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스마텔. 신동방. 신풍제지. 이지텍. 주리원. 티비케이전자. 하이트맥주. 한국티타늄. 한보철강. 한일이화. 핵심텔레텍 등 20개사는 관련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회계사가 한정 의견을 냈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