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제2 봉고신화' 카렌스로 재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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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카렌스로 '제2의 봉고신화' 를 만들어낼 겁니다. "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레져용 차량 (RV) 카렌스를 생산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제1라인.

폭주하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1인당 한달 평균 80시간 이상의 잔업 근무를 하는가 하면 점심시간까지 30분으로 줄이는 등 격무의 연속이지만 6백60명 생산직 근로자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배여 있었다.

입사 10년차인 김석환 (34) 씨는 "워낙 일이 많아 하루 11시간씩 일하고 주말.휴일 특근도 잦아 힘은 들지만 지난 97, 98년 회사가 위기 상황에 몰렸던 때에 비하면 훨씬 보람이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잔업이 많다보니 지난달 월급이 입사후 가장 많았다" 며 환하게 웃었다. 기아가 빠르게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특히 RV차 카렌스가 지난 6월 출시 직후부터 큰 인기를 모으면서 회사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공장 관계자는 "오전에 완성되면 출하장에 몇시간 서있지도 못하고 그날 저녁 바로 출고되는 경우도 많다" 고 설명했다.

16일 현재 카렌스의 계약대수는 6만6천6백여대. 출차대수는 1만7천8백여대에 그쳤다.

이미 연말분까지 계약이 끝났고, 지난달엔 EF쏘나타를 제치고 승용차부문 내수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는 20일쯤 회사가 법정관리 해지 신청을 할 예정으로 알려지자 근로자들이 더욱 신이 나서 조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게 공장측 설명.

다음달부턴 카렌스 생산라인에 60명의 근로자를 추가 투입, 시간당 생산대수도 40대에서 44.4대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노사관계. 한때는 '기아하면 강성 노조' 를 연상케했었으나 올 3월 기아노조는 '무분규' 를 선언했다.

한 근로자는 "예전엔 혼자 일 열심히 하면 눈총받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일을 게을리하면 오히려 '왕따' 당하는 분위기" 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 현대측이 경영을 맡으면서는 기업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도 있었으나 이젠 대부분 해소됐다.

조립1부의 최성호 과장은 "지시 이전에 팀원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따라주고 있다" 며 "간부들이 생산라인을 점검할 때 근로자들이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모습은 불과 몇개월전엔 보기 어려웠던 광경" 이라고 덧붙였다.

공장장 김무일 부사장은 "카렌스 신화로 기아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 라면서 "직원들이 회사에 더욱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고 말했다.

기아는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21.5% 늘어난 2조8천5백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 1천억원 이상의 흑자와 함께 부채비율도 1백70%선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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