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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SW 무단복제 끼워팔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일부 소프트웨어(SW)업체가 해외업체의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해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들 제품이 이미 주요 공공기간과 대기업, 금융권 등은 물론 해외기업들에게도 공급되고 있어 적지않은 파장도 예상된다. 불법임이 드러났을 경우 정상적으로 가격을 지불하고 이들 제품을 구매한 기관이나 업체들에 대한 처리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SW업체 텍-아이티(TEC-IT)가 개발한 '티바코드'(T-Barcode·웹 리포팅 인식 바코드 기술)의 국내 총판업체인 테크서치 신수덕 사장은 6일 "국내 SW업체인 클립소프트와 엠투소프트에 의해 (티바코드가) 무분별하게 복제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며 "두 회사가 7~8년전부터 티바코드 기술을 들여와 끼워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립소프트와 엠투소프트는 각각 렉스퍼트와 리포트디자이너란 국산 개발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업체다.

티바코드는 보고서 개발툴(웹 리포팅 툴·다양한 보고서 조회 및 출력)로서 공문서의 진위를 가릴 때 쓰이는 중요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주민등록등본을 온라인으로 발급하면 원본 진위여부를 바코드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이 바로 티바코드다.

신 사장에 따르면 클립소프트는 'tbarcode'란 파일명으로 프로그램을 끼워 판매하고 있으며 엠투소프트는 'rdbarcode5'란 파일명으로 프로그램에 넣어 판매하고 있다는 것.

이들 제품은 이미 시중에 판매돼 널리 확산된 상태다. 현재 제품을 사용하는 주요 고객사는 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법무부·여성부·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부터 삼성전자·KT·두산중공업·삼성테크윈·SK텔레콤·LG CNS·현대백화점 등 대기업, 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BC카드 등 금융권에 이르기까지 약 10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클립소프트와 엠투소프트의 제품이 불법 제품이라면 돈을 내고 구매하긴 했지만 이들 기관이나 기업이 불법 사용자가 돼버리는 셈이다.

신 사장은 "이 제품은 미츠이물산, 히다찌, 일본주류판매 등 일본의 주요기업에도 판매돼 사용되고 있어 향후 이같은 사실이 적발되면 국제적 망신뿐만 아니라 국가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티바코드는 원래 이컴앤드시스템이란 회사를 통해 정식으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2005년 12월 텍-아이티와 계약해 지금까지 판매하고 있다. 테크서치는 최근 계약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신 사장은 "두 회사의 불법 끼워팔기에 대한 대책을 오스트리아 본사(텍-아이티)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일단 정품 알리기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피해가 커지면 법정소송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본사도 이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법정소송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클립소프트 이태규 이사는 "현재 티차트만 제공하고 있고, 티바코드는 전혀 취급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엠투소프트 측은 "티바코드 정품 인증서를 가지고 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솔루션 업체가 비용문제로 자사 솔루션에 포함된 타사 컴포넌트(자주 사용되는 기능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유사한 시스템 개발 시 쉽게 재사용 가능하도록 해주는 독립 소프트웨어 모듈) 탑재 유무를 밝히는 것을 꺼려한다"면서 "이같은 이유로 인해 라이선스 불법 사용에 대한 논쟁이 장기화되고 저작권 분쟁의 불씨가 아직까지 완전히 소멸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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