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위원장도 "물러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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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주 부패방지위원장이 25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전날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이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위원장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는 모양새다. 김 대변인은 "이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정부 출범 때부터 일해 왔고 최근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발족 등 부방위의 새로운 업무 환경을 맞아 물러날 뜻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본인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 위원장이 직접 사의 표명의 배경을 언론에 설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날 부방위 간부들에게 "앞으로 부방위가 할 일이 많은데 먼저 가게 돼 미안하다"고 인사했을 뿐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퇴임식을 했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의 사퇴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고비처가 부방위 산하에 신설되고 노 대통령이 '반부패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마당이라 보다 강력한 리더십과 전문성을 지닌 인사로 사령탑이 교체되어야 할 시기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이 위원장이 '새로운 진용'을 짤 수 있도록 스스로 용퇴한 게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총리실의 다른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신행정수도와 관련,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개인 소신을 사석에서 피력한 바 있어 윗선에서 언짢게 생각한다는 얘기도 들렸다"고 전했다. 후임 위원장으론 최병모(전 민변회장)변호사와 박재승 변협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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