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회창 총재, 김윤환.이한동의원 만나 협조 당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윤환 (金潤煥).이한동 (李漢東) 의원은 한나라당 비주류의 보스들이다.

두 사람은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당 고문직 제의도 거절한 바 있다.

金의원측에선 한때 'TK (대구.경북) 신당설' 이 흘러나왔고, 李의원을 둘러싸고는 최근까지도 탈당설이 나돌았다.

이 때문에 李총재는 "포용력이 부족하다" 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을 李총재가 만났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둔 13일 오전 국회 총재실에서였다.

李총재는 이중재 (李重載) 고문도 이 자리에 불렀다.

미국에 장기체류 중인 이기택 (李基澤) 전 총재권한대행 대신 초대한 것이다.

PK (부산.경남) 민주계 대표격인 신상우 (辛相佑) 국회부의장도 러시아로의 출국 (14일) 인사차 왔다가 동석했다.

따라서 李총재는 당내 소외세력 대표들을 한꺼번에 만난 셈이 됐다.

李총재는 "당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앞으로 여러 문제에 대해 많은 말씀을 듣고 협의할테니 도와달라. 정기적으로 고견 (高見) 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고 했다.

그간 비주류를 비교적 냉랭하게 대해왔던 그로서는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金.李의원은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자" 고 대꾸했다고 맹형규 (孟亨奎) 총재비서실장은 밝혔다.

환담 도중 민주산악회 문제도 나왔다.

辛부의장이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됐으면 좋겠다" 고 하자 李총재는 "민산이 정치세력으로 전환하지만 않으면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金전대통령의 뜻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 며 부드럽게 대응했다.

과거 면전에서 무 자르듯 하던 태도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辛부의장이 먼저 자리를 뜨자 金.李의원이 "민산은 원래 정치단체다.

그것이 재건되면 당력이 약화된다" 며 확실한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李총재로선 고마운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李총재 측근들은 "성공적인 만남이었다. 두 분은 제2창당의 동반자가 될 것" 이라고 다소 성급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요즘 李총재는 당직이 없는 의원들에게 전화를 자주 걸고, 조순 (趙淳) 명예총재와도 만날 계획을 잡는 등 당 추스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2의 변신' 을 시도하는 듯하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