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잔형면제] DJ '나도 아들 키우는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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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98년 2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가졌다.

정권의 인수인계를 위한 자리였다.

마지막 만남은 2월 17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YS는 차남 현철씨 문제를 꺼냈다.

"내 손으로 구속시켜 벌을 주었으니 부디 선처를 바란다" 는 부탁이었다.

이에 金대통령도 "나도 자식을 키우는 사람" 이라는 말로 화답했다.

사실상 선처를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1년6개월여 만에 金대통령은 그때의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8.15 때도, 올해 3.1절 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여론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거부감은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 결과는 90%가 반대였다.

청와대.국민회의 참모들도 대부분 말렸다.

심지어 "사면을 해줄 경우 내년 총선 승리는 어렵다" 는 보고까지 올라갔다.

시민단체들의 시위도 있었다.

때문에 金대통령도 한때 사면불가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려 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초심 (初心) 을 버리지 않으려 애썼다" 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비록 일부지만 주변 참모 중 일관되게 사면을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 중 한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현철씨의 죄와는 차원이 다른 전두환 (全斗煥).노태우 (盧泰愚) 전 대통령도 사면을 해주지 않았느냐" 며 "용서와 화해는 金대통령의 정치철학" 이라고 강조했다.

현철씨를 다시 수감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건의도 있었다.

金대통령은 11일 밤 늦게까지 전화통을 잡고 다시한번 친지들의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가 수집한 외국여론도 보고받았다.

결국 金대통령은 양측의 절충점을 찾는 것으로 고뇌를 정리했다.

잔형 (殘刑) 집행 면제라는 부분사면이다.

나머지 1년6개월의 형기를 면제해 재수감을 피하게 해주었다.

대신 벌금 (10억5천만원) 과 추징금 (5억2천4백만원) 을 내게 하고 국회의원 출마와 관련있는 복권은 해주지 않았다.

청와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반대여론과, YS와의 관계회복이라는 정치적 현실 사이의 중간을 선택한 고심작" 이라고 설명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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