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만식 '현주소 : 하늘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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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맑은 하늘이다

하늘이 웃는다

- 이만식 (李萬植.46)

이 2행 시의 제목은 아주 길다.

다음과 같다.

'현주소 : 하늘시 천둥군 번개면 벼락리 예쁘동 119 - 120/집 근처 큰 건물 : 동문선 (출판사) /가까운 이웃 : 김다은+황순희 (직업 : 번역) /멀지만 더 가까운 이웃 : 데리다, 니체, 하이데거 (친한 순서)' . 자, 이게 제목이고 이 제목은 단 2행의 허사 (虛辭) 를 위해 길게 도열하고 있다.

현대철학의 파편들이 거의 괴물이 돼 놀아난다.

젊은 시인이라는 존재 이유는 이런 데도 있어야 하는지.

본문 '하늘이 웃는다' 는 일종의 모독인지 모르겠다.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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