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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좋은나라 멀었다] 타조 식용허가 꼬인 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농림부.보건복지부.환경부 등은 지난 4월부터 타조의 식용화 여부를 놓고 지루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서로 "남의 부처 일" 이라고 떠넘기는 바람에 무역업체들과 타조 생산농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타조는 96년부터 국내에 본격 수입되기 시작해 현재 1만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연간 2백t 이상의 타조 고기가 소비되고 있지만 한국에선 식용화가 아예 불가능한 상태. 무역업체 익풍의 이재정 (李在丁.38) 사장은 이를 규제 탓으로 돌린다.

李사장이 비단 고기뿐만 아니라 털.가죽.알 등 거의 모든 것을 쓸 수 있는 타조의 상품성에 주목한 것은 지난 96년. 그는 현재 수출입뿐만 아니라 농장에서 1백여마리의 타조를 직접 사육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에는 건국대 동물자원센터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위생적으로 타조를 도축하는 설비도 갖췄다.

내년 8월까지 타조 고기 50t을 수출하기로 일본과 계약을 하고 지난 6월 첫 수출분 50㎏을 선적했다.

그러나 수출만으로는 아무리 주판알을 퉁겨봐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타조 고기가 국내에서 유통돼야 한다는 게 李사장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식품판매 여부는 보건복지부 소관" 이라고 발뺌하고 보건복지부는 "일단 가축으로 등재해야 식품이 되든지 할 것 아니냐" 고 농림부를 탓한다.

농림부는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도축이 가능한 만큼 유통에 관련된 식품위생법을 바꾸면 간단하게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펄쩍 뛴다.

식품으로서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타조를 일단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으로 등재해 도축장에서 도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농림부는 법에 따른 가축의 범위에 타조를 포함시킬 경우 전용도축장이 필요하게 돼 오히려 과도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도 이 문제에 연루돼 있다.

정부는 규제완화 차원에서 지난해 5월 관련 법규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를 바꿔 타조를 연구용.수출용뿐만 아니라 내수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그 전에 수입된 타조의 경우 여전히 내수용으로는 사용 불가능하다는 것. 농림부와 보건복지부간 문제가 해결된다손 치더라도 지난해 5월 이전에 수입된 타조는 여전히 수출용만 가능하다.

이들이 낳은 타조도 같은 처지다.

아예 타조 가계도 (家系圖) 를 작성해야 할 판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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