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중인 마라톤 대부 정봉석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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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국 마라톤의 대부' 정봉수 (64.코오롱) 감독이 요즘 수척해졌다. 얼굴을 쉽게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눈빛은 황영조.이봉주 등 세계적인 마라토너를 길러낸 승부사답게 여전히 이글거린다.

정감독은 지난 6월 30일 새벽 훈련을 나가다 아파트 계단에서 넘어져 골반부상을 당해 인공관절을 끼워넣는 대수술을 받았다. 휠체어에도 앉지 못할 정도여서 지난달 10일 셋째딸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한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던 정감독은 지난달 퇴원해 서울 대치동 숙소로 돌아갔다. 1주일에 한번 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영동세브란스 병원을 찾는 것을 빼고는 방안에서 누워 지낸다. 날씨 탓에 입맛이 없어지면서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

이처럼 몸이 불편한데도 그의 머릿속은 마라톤으로 가득하다. 지난달 21일 코오롱 마라톤단이 정감독을 서울에 남겨둔 채 호주 시드니로 전지훈련을 떠났지만 오인환 (남자팀).임상규 (여자팀) 코치에게서 걸려오는 일일보고 전화를 받을 때면 예전의 호랑이 감독이다.

정감독은 다음달 12일 잠실에서 열리는 중앙일보 서울하프마라톤대회에 대해 "하프마라톤대회가 자주 열려야 42.195㎞ 풀코스 마라톤도 덩달아 힘을 받습니다" 라며 하프마라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프대회가 풀코스 마라톤 대회의 등용문인 만큼 청소년 유망주들이 뛸 수 있는 기회가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감독은 "이번 중앙일보 대회에서 92년 도쿄국제하프마라톤대회 당시 이봉주가 세운 한국기록 (1시간1분4초) 을 깨는 선수가 나오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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