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쿤사 활동재개…태국, 국경봉쇄등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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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마약왕 쿤사 (65)가 다시 꿈틀거린다.

태국군은 4일 마약상들이 주로 오가는 미얀마.태국 국경의 일부 지역을 봉쇄했다.

쿤사가 활동을 재개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얀마산 마약값은 남미산의 30% 남짓이다.

따라서 쿤사가 다시 나서면 가격 폭락과 함께 마약 확산의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유엔 마약통제본부 (UNDCP) 등 국제기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쿤사는 세계 연간 양귀비 생산량 5천만t의 절반쯤을 공급해왔다.

그래서 쿤사가 투항한 96년엔 마약가격이 단번에 12배로 올랐다.

미얀마 당국은 쿤사의 활동 재개설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쿤사를 둘러싼 의혹들은 그의 암약설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 왕성해진 마약밀매 = 쿤사의 투항 이후 미얀마.태국.라오스 3국 접경인 황금 삼각지대의 마약밀매는 오히려 활발해졌다.

미얀마 정부군의 단속이 주춤해졌기 때문. 이 틈을 타 샨족 무장 게릴라들도 전성기 (2만명) 의 75%까지 복원됐다는 게 태국 정부의 분석이다.

샨족은 미얀마 인구의 9%를 차지하는 최대의 소수민족 집단으로 샨족 게릴라들은 미얀마 연방의 일원인 샨주 (州) 의 완전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게릴라들은 마약밀매로 번 돈을 앞세워 재정난을 겪고 있는 주정부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지역엔 별도의 마약조직인 와 연합군 (UWSA) 도 있다.

이들은 쿤사 투항 이후 세력을 크게 확장했다고 한다.

특히 와 연합군의 지도자 웨이 히슈 캉이 지난 4월 쿤사와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이 협력해 마약밀매의 중흥을 도모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미얀마 정부와의 뒷거래 = 쿤사가 투항한 96년은 미얀마 군사정부가 정통성 확보를 위해서도 국제사회에 더욱 잘 보여야 할 처지였다.

따라서 미얀마 정부는 신변보장과 조직유지를 대가로 해 투항을 유도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쿤사도 '투항' 이란 보호막이 필요했다.

이상기온으로 3년 연속 양귀비는 흉작이었고 조직원의 20%가 정부군에 투항했던 것이다.

쿤사와 미얀마 정부는 이미 92년부터 '은퇴후 신변보장' 을 조건으로 뇌물을 주고받아온 사이라고 한다.

'은폐된 협력' 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얀마 정부는 최근 "쿤사에게 합법적인 경제활동은 허용하고 있다" 고 밝혔다.

쿤사는 지난 4년 동안 아들을 앞세워 목재.금광.새우양식.식당.호텔 사업을 해왔다.

쿤사는 투항 이후 조직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던 셈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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