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홍수로 망가진 집, 삶과 죽음으로 흩어진 수해민을 보노라면 문득 가족의 소중함이 되살아난다. 그렇다면 평소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황폐하고 무심한 것인가. 지치고 각박한 일과 속에서 가족의 새 출구를 찾고 그 의미를 되새긴 기록 두가지를 소개한다.
[솔빛별 세계여행기]
97년 8월말부터 아빠 (조영호.43.전 '전자신문' 기자).엄마 (노명희.38.전 월간 '생활성서' 기자) 를 따라 3백27일간 북미.중남미.아프리카.유럽 등 27개국을 여행했던 솔빛별 (예솔.한빛.한별) 자매가 펴낸 '솔빛별 세계 여행기' (현암사.7천8백원) . 이 책은 학교를 쉬고 긴 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록한 일기다.
"아프리카에 온 뒤로는 군것질을 안했다. 아이스크림을 안 먹고도 살 수 있다니…" "멕시코에는 고물 차와 택시가 너무 많다. 아빠가 택시 문을 닫으니 먼지가 뽀얗게 들어왔다. "
아이들은 이런 말과 함께 먼 이국 땅에서 '싸우면 금방 화해하자' 는 가족규칙과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의 것' 이라는 가훈을 떠올릴 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돈도 아낄 겸 일부러 고생을 하며 뭉쳐다닌 가족여행의 소득은 이처럼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엄마.아빠는 따로 '세계 여행기' 를냈다.
[우리집 가족신문]
6년째 가족신문을 만들고 있는 '단비가족' 의 신문이 '우리집 가족신문' (그린비 펴냄.9천5백원) 이라는 이름으로 집 바깥에 소개됐다.
가족신문은 한 때 교육적으로도 권장되던 것이었지만 연속적인 작업으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함에 따라 지금은 한풀이 꺾인 상태. 하지만 해당 월의 역사적 사실을 기사화하고 요즘 같은 시기에는 '태풍' 을 가족신문의 소재로 삼으면 좋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가족신문의 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아빠 유재건 (39) 씨는 출판사 대표다. 하지만 기족신문의 발행인은 엄마 홍순선 (40) 씨가 맡고 있으며 딸 하나는 편집장, 아들 하림이는 기자다. 책 발간에 대해 유재건씨는 "일상을 신문적 기록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에서 가족신문 모델 하나를 만들고 싶었다" 고 밝혔다.
허의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