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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물난리] 3일째 고립된 연천군 장남.백학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두살배기 아이가 불덩이인데 해열제가 없어요. 어떻게 해주세요. " 폭우의 와중에 '육지속의 섬' 이 돼버린 10개 마을이 있다.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4개 마을과 백학면 6개 마을이 그 곳. 이 지역 주민 2천74명은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2~3일씩 완전고립 상태다.

이 지역은 96년 7월 집중호우 때도 8~9일간 고립됐던 상습 고립지역. 임진강과 접해 있는 이 지역은 임진강과 지천인 백령천이 범람한데다 사흘째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마을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끊기거나 침수돼 버렸다.

장남면의 경우 면 전체가 지난달 31일 오후 8시부터 갇혀버려 원당1, 2, 3리와 자작리 2백65가구 주민 8백60명이 피해를 봤다.

이중 44가구는 침수까지 돼 마을회관 등으로 피신해 있다.

구미리 주민 홍영표 (洪泳杓.52)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일 저녁 정춘모 (40) 씨의 갓 돌이 지난 아들 환명군이 고열에 시달렸지만 약이 없어 이웃 할머니가 볏짚을 삶아 먹여 겨우 한숨을 돌렸다" 며 "일분 일초가 불안한 실정" 이라고 애를 태웠다.

洪씨는 "현재 라면 등을 씹어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있지만 그나마 다 떨어져가고 있다" 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백학면의 경우 노곡1, 2리를 비롯해 학곡.구미.통구.전동리 등 5개 마을 4백12가구, 1천2백14명이 1일 오전 3시쯤부터 갇혔다.

이중 92가구는 침수피해까지 당해 이중고에 시달린다.

주민들은 2일 오후부터 물이 다시 불어나자 또다시 대피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노곡1, 2리 지역은 3일째 전화마저 불통돼 정확한 피해 내용마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고립된 10개 마을은 전기가 모두 끊겼고 수돗물 공급도 대부분 중단돼 '원시' 로 돌아간 참담한 분위기다.

한편 군청측은 헬기를 동원, 구호물품을 전달할 계획을 세웠지만 1일에 이어 2일에도 폭우로 헬기를 띄우지 못해 속수무책인 상태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연천 = 전익진.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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