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물 있을까…탐사선 충돌시 수증기존재여부 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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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달에도 물이 있을까. 미국의 우주선 '루나 프로스펙터' 호가 지난달 31일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달 표면에 충돌했다.

데이비드 모스 미 항공우주국 (NASA) 대변인은 이날 "루나 프로스펙터호가 지난달 31일 오전 5시52분 (미 동부시간) 당초 목표지점인 달 남극 근처 직경 50~60㎢의 분화구에 예정대로 정확하게 충돌했다" 고 발표했다.

모스 대변인은 그러나 "충돌에 따른 수증기 파편이 있다는 단서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루나 프로스펙트호는 지난해 1월 달 탐사를 위해 발사됐으며, 크기는 높이 1.2m, 둘레 1.5m, 무게 1백59㎏. 지난 18개월 동안 달 상공 1백㎞의 궤도를 6천8백여회 선회하면서 각종 자료를 보내왔으며 이번에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루나 프로스펙터호가 달에 충돌할 때의 속도는 시속 약 6천㎞. 충돌 지역은 달의 남극 지점으로 늘 그늘이 져 있어 얼음이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이 추정해온 곳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지난해 9월 루나 프로스펙터호가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달에 약 1백억t 가량의 물이 존재한다고 추정했고, 만약 얼음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면 충돌 순간 수증기를 발생시킬 것으로 가정해왔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충돌 지점을 허블 망원경을 비롯, 서브밀리미터 웨이브 애스트로노미 위성, 하와이의 케크 망원경 등을 총동원해 집중 관찰할 계획이다.

충돌 당시 발생한 미진 (微塵) 들을 분석하면 물의 존재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며,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3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실험에서 달에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로켓 연료인 산소와 수소뿐만 아니라 호흡에 필요한 산소도 얻을 수 있어 달에 우주기지를 건설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루나 프로스펙터호에는 지난 94년 목성과 충돌한 '슈메이커 - 레비9' 혜성을 발견했던 미국의 천체 지질학자 유진 슈메이커 박사 (97년 사망) 의 유해 일부가 실려 있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영면한 사례로 기록됐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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