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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떨어져도 김 대리 웃는 이유는? KODEX인버스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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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호 26면

제시 리버모어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 투자자로 꼽힌다. 187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열네 살 때 보스턴의 주식방(무허가 주식 거래소) 시세판 담당자로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5달러로 주식 매매를 시작해 1929년에는 이를 1억 달러(현재 20억 달러 가치)까지 불렸다. 그에게는 ‘월스트리트의 위대한 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황소’가 아니라 ‘곰’이다. 증시에서 황소는 강세장, 곰은 약세장을 의미한다. 리버모어의 별칭이 (증시에서는 꺼리는) 곰이 된 것은 약세장을 활용한 그의 투자법 때문이다.

돈이 되는 금융상품 - 인버스 ETF

25억 달러 규모로 시장 급성장
리버모어가 ‘필살기’로 활용한 투자법은 ‘공매도(short selling)’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다. 앞으로 시장이 하락할 것 같을 때 사용한다. 일단 주식을 빌려 높은 가격에 팔고, 나중에 값이 떨어졌을 때 싸게 되사서 갚으면 그만큼 차익이 남는다. 공매도 물량이 나오면 주가가 하락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공매도 물량이 더 쏟아지는 경향 때문에 공매도는 때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가을 금융위기로 시장이 폭락하자 각국 정부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기도 했다.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매도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개인들이 공매도를 이용하기란 만만치 않다.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도 별로 없다. 빌릴 수 있는 주식 종목 또한 제한적이다. 아예 주식시장이 아니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을 활용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선물·옵션에 투자하려면 증거금이 1500만원은 있어야 한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개인들로서는 부담스럽다. 또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자칫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런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주가 하락으로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다. ETF는 펀드를 증시에 상장시켜 거래를 편하게 만든 상품이다. 인버스 ETF는 ETF의 유형 중 하나로 기초자산의 가격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ETF를 말한다. 인버스 ETF는 개인들이 하락장에서 수익을 올리거나 투자 위험을 분산하는 데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7월 말 현재 유럽 시장에 상장된 인버스 ETF는 21개, 모두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단 한 개의 인버스 ETF도 없었다.

지수 1% 떨어지면 1% 수익
지난달 16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인버스 ETF는 ‘KODEX인버스’다. 삼성투신운용에서 개발했다. 코스피200선물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상장 당시 최초 기준가는 1만원이었다. 현재는 9700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보수는 0.93%다. 유럽(7월 말 현재 평균 0.41%)보다 비싸지만 미국(0.95%)보다는 조금 싼 편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7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매매가 활발하다. 증권사에서 주식 거래 계좌를 개설한 후 주식 거래하듯 KODEX인버스를 사고팔면 된다. 향후 시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다만 KODEX인버스에 투자하기 전 수익 구조를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누적 성과로 보자면 기초자산의 가치와 ETF의 가격이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만 놓고 보면 간단하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 오르면 KODEX인버스 가격은 1% 떨어지고, 반대로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 하락하면 KODEX인버스 가격은 1% 상승한다. 정반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누적 수익률은 다르다. 누적 수익률을 놓고 보면 코스피200 선물지수와 KODEX인버스가 정확히 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투자 기간 동안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0% 하락했다면 KODEX인버스 수익률은 10%가 돼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20%가 될 수도 있고, 손실이 날 수도 있다. 특히 기초지수가 등락을 거듭할 때를 조심해야 한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오르고 내리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도 KODEX인버스의 누적 성과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 이는 하락 때의 수익률과 오를 때의 수익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만원을 투자했는데 50%를 까먹었다가(50만원) 다시 50%가 올라도(75만원) 원금 100만원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삼성투신운용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장이 천천히 하락했다가 상승한 지난해 3월 27일부터 3개월간(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연 변동성 19.1%) 기초지수와 KODEX인버스의 누적수익률 차이는 0.67%포인트에 그쳤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10월 17일부터 3개월 동안(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연 변동성 64.2%)엔 기초지수와 KODEX인버스 간의 누적 성과가 9.11%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KODEX인버스는 원금의 10%에 가까운 돈을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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