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뒷얘기] 특검제 부담 '급발진'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1인극 (劇) 으로 결론난 파업유도 의혹사건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며 많은 뒷얘기를 남겼다.

지난 20일 검사 12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본부는 출발 초기부터 '쇼' 라는 비판에 직면, '검찰조직과 단절' 을 지상과제로 삼아야 했다.

이훈규 수사본부장은 이를 위해 보고체계를 과감히 생략했으며, 주요 소환자를 모두 공개소환했다.

지난 5월 '옷 로비' 사건때 검찰이 김태정 (金泰政) 전 법무장관의 부인 연정희 (延貞姬) 씨를 빼돌렸다는 언론의 질타를 의식한 것이다.

수사본부는 金전장관과 秦전부장을 일반인과 똑같은 출입절차를 밟게 했다. 이에 대해 수사본부는 "투명한 소환으로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고 자평했다.

수사본부는 수사과정 내내 검찰 내부와 외부로부터 심각한 압박을 받았다.

특검제를 도입키로 한 정치권으로부터 수사중단 요구가 끊이지 않았으며, 지난 23일 실시한 대검 공안부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심했다.

특히 공안담당 검사들 사이에선 "공안업무를 다 죽인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는 난기류가 흐르자 결국 李본부장이 대검측에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수사본부의 이광형 (李光珩) 검사는 검찰내 컴퓨터 1인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워진 파일에서 결정적 증거가 된 파업대책 보고서를 복원해내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9일동안 하루도 집에 못들어갔던 수사팀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했지만 정작 秦전부장의 입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답보상태에 머물던 수사는 지난 26일 밤샘조사 과정에서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이 秦전부장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姜전사장이 둘 사이에 오고간 구체적인 파업유도 사실들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