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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리비아·수단 경제제재 완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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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미국 정부는 27일부터 이란과 리비아.수단에 대한 경제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키로 했다.

스튜어트 아이젠스타트 미 재무차관은 "미국의 금수 (禁輸) 조치가 당초 목표와 달리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일부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며 "이들 3개국에 식량.의약품 및 의료장비의 교역을 허가한다" 고 26일 발표했다.

그는 그러나 인도주의적 물품을 수출하는 미국기업들은 반드시 재무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3개국은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가 명단에 올라 강력한 경제봉쇄조치를 당해 왔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인도주의적 구호물자 공급을 포함, 수출제한조치 완화폭을 더욱 넓혀나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들 3개국은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가 명단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 완화배경 = 리비아의 경우 지난 88년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일어난 팬암기 폭파사건 용의자 2명을 제3국 재판정에 인도했고 다른 테러사건 해결에도 리비아 정부가 적극 협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은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개방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경제봉쇄 완화조치는 이달 초 발생한 반정부시위에 대한 미국의 간접적인 지원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수단이 이번 조치에 포함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USA투데이는 "시리아가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이슬람 시아파 게릴라들에 대한 석유와 자금지원을 중단할 경우 테러국가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고 보도한 바 있다.

◇ 미국 속셈 = 이번 조치로 해당국들의 경제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그들 못지 않게 미국농민들도 큰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수출감소로 10년래 최악의 곤경에 처한 미 농민들이 이들 3개국에 최소한 1천3백만t 이상의 곡물 (약 20억달러) 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출이 허용된 농산물에는 식품원료와 가공완제품.사료.가축.곡물 종자 등이 포함되며 면화나 담배 등 비식량 농산물은 해제품목에서 제외됐다.

댄 글리크먼 미 농무장관은 "미국농민들은 세계의 잠재적 소비자들을 가능한 한 많이 만날 자격이 있다" 며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그는 "현재 국제 농산물 시세가 바닥이고 수요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며 "형편이 더 나은 시기였다면 이번 봉쇄완화 조치는 나오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봉쇄완화를 서두른 배경에는 국제적인 화해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조바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리비아가 팬암기 폭파 용의자를 인도하고 지난 84년 런던주재 리비아대사관 근처에서 발생한 영국경찰 피습사건에 대한 책임을 시인하자 곧바로 지난 7일 리비아와의 외교관계를 회복시켰다.

◇ 경제봉쇄 논란 = 미 국무부가 79년부터 지정, 발표하기 시작한 테러국가 명단에는 현재 리비아. 북한. 쿠바. 수단. 시리아. 이란. 이라크 7개국이 올라 있다.

여기에다 발칸분쟁과 관련, 세르비아가 테러국가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으로부터 경제봉쇄조치를 당해왔다.

미국정부는 이들 국가에 군수품 등을 수출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해서도 미국시장 진출을 금지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전방위 압력을 가했다.

제임스 폴리 미 국무부대변인은 "경제봉쇄는 무력개입과 함께 테러확산을 막기 위한 두개의 기둥" 이라며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봉쇄가 당초 목표와 달리 독재자나 테러단체보다 해당국의 빈곤층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며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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