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미사일 왕따' 자초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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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움직임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고와 대응이 구체화.가속화되고 있다.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 (ARF)에 참석한 22개국 외무장관들이 그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역안정에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어제는 한.미.일 외무장관이 따로 모여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ARF에 미국.유럽연합도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이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세계적으로 '왕따' 가 되는 것이 확실해졌다.

우리로서는 북한미사일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라는 점에서 보다 세밀하고 다각적인 후속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설마 북한이 재발사를 감행하랴 하는 안이한 낙관론으론 안된다.

실제 미사일을 쏠 경우를 상정한 구체적인 이행 프로그램을 서두르는 일이 중요하다. 3국 공동발표문이 제시한 대북한 당근.채찍 방안 중 우리는 어떤 것을 앞세울 것인지, 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남북한간 긴장고조가 올 경우 대처방안 등도 마땅히 포함돼야 할 것이다.

미사일 대책과 대북한 포용정책.남북경협 등의 복잡한 함수관계도 이번 기회에 큰 틀속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아울러 관련국 공조에서 우리 정부가 지금보다 발언권을 더욱 넓히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특히 북한미사일에 가장 강력히 거부감을 표방한 일본과의 외교적 협조와 함께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자세로 일관하는 중국의 도움을 끌어내는 일이 필수적이다.

북한은 미사일과 인공위성이 추진체가 같다는 점을 이용해 이번에도 '인공위성 발사' 를 주장할 속셈으로 보인다.

어제 발표한 담화에서도 북한은 "평화적 우주개발을 위한 우리의 위성계획을 뻔히 알면서도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라며 자극하고 있다" 고 반발했다.

그러나 실제 인공위성 발사라도 본질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이며 누가 보아도 '평화적 우주개발' 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북한은 핵.대량살상무기 개발의혹 등 군사적 위협을 먼저 해소하는 것이 순서다.

한.미.일 3국도 어제 발표문에서 이례적으로 북한이 태도를 바꿀 경우 갖가지 지원을 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는가.

이미 한국내 여론은 물론 미국 의회, 일본 조야의 분위기도 더이상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북한이 혹시 '발사후 빅딜'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본다. 역내 안정을 위해서도, 그리고 북한 자신을 위해서도 이제 '미사일 엄포' 는 그만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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