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종말 모르는 종말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각종 종말론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 급속히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종말론이 금세기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끝없이 자기복제를 하며 대중속에 침투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종말론의 최신판은 '9999 재앙' .1999년 9월 9일 컴퓨터가 날짜를 프로그램 작동중지 명령인 9999로 잘못 인식, 컴퓨터 시스템에 일대 혼란이 빚어져 세계 곳곳에서 정전, 핵미사일 통제체제의 와해 등 겉잡을 수 없는 재앙이 빚어진다는 것. 사실상 Y2K 재앙의 전초전인 셈이다.

또 다음달 11일 유럽과 일부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개기일식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 이 지구의 종말을 알리는 서곡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기일식은 그 시기가 16세기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과 겹치는 데다 금세기의 마지막 개기일식이란 점에서 종말론 신봉자들에게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국민의 10%가 이번 개기일식이 지구 종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일본인의 40%도 개기일식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영국의 채널4 방송 등 일부 언론도 최근 노스트라다무스 특집방송을 내보내고 종말론과 관련된 속보 방송을 계획하는 등 종말론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그랜드 크로스 (태양과 행성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십자가 모양으로 배치되는 현상)' 에 이어 '그랜드 얼라인먼트' 설까지 등장했다.

내년 5월 태양.지구.달.행성들이 일직선으로 늘어서면서 이들 행성의 영향이 극대화돼 지구 전역에서 지진.해일.화산폭발 등 천재지변이 발생한다는 것.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그랜드 크로스 및 얼라인먼트가 발생하더라도 천체간의 거리가 멀어 천재지변의 발생 가능성은 극히 작다" 고 주장한다.

이같은 과학적 분석에도 불구하고 종말론은 세기말 불안심리에 편승, 이상과열 현상을 빚고 있으며 '종말론 특수경기' 마저 낳고 있다.

일본에서는 종말에 대비한 방공호 짓기와 비상식량 세트 등이 유행하고 있으며 전세계 종말론 사교집단의 메카로 부상한 예루살렘은 재림 예수를 맞는다며 장기 투숙자들이 호텔에 진을 쳐 종말론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