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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박박머리 투혼 그라운드 '반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프로축구 그라운드가 훤해진다. 삭발선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삭발패션' 이 올여름 유행을 탄 데다 선수 개개인의 '사연' 이 합쳐지면서 그라운드의 맨머리는 더욱 늘어날 추세다.

부천 SK의 김기남은 자신의 존재 부각을 위해 머리를 깎은 경우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은 그동안 국가대표 이을용에게 밀려 경기에 출전치 못하다 이의 부상을 틈타 베스트에 진입했다.

이 기회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김은 과감한 삭발에 이어 뒤통수에 흰 페인트로 'SK' 라고 써 놓고 뛰는 충성심을 발휘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김의 투혼에 부천 조윤환 감독도 흐뭇한 표정이다.

포항의 고참 박태하는 시즌 초반 팀의 부진에 책임을 느끼고 자진해 머리를 짧게 깎았다. 팀내 최고의 테크니션에서 물불 안 가리는 '투사' 로 변모한 것이다.

박의 투혼에 자극받은 포항은 2라운드 들어 3연승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 대우의 정재권은 다양한 헤어스타일 중의 하나로 삭발을 선택하는 경우다.

지난해 이맘때도 삭발한 바 있는 정은 지난 6월 한 사찰에서의 개인훈련을 계기로 알록달록한 염색머리를 밀어버렸다.

프로 형님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올림픽대표팀에도 박박머리들이 늘어났다. 지난 23일 팀 개편 후 첫 훈련에는 이미 '호나우두 스타일' 을 선택한 신병호 (건국대) 외에 미남 스트라이커 최철우 (고려대) 와 새로 뽑힌 장우창 (광운대) 까지 번쩍이는 머리를 드러냈다.

삭발파들은 한결같이 "머리에 신경쓸 필요없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며 예찬론을 편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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