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거나한 하토야마 “난 우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사진) 일본 총리가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에서 “나는 우주인”이라고 소리질렀다고 지지(時事)통신 등 일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해프닝은 29일 밤 하토야마 총리가 도쿄 시부야의 한 이자카야에서 정부 화성 탐사계획을 돕고 있는 마쓰이 다카후미(松井孝典) 전 도쿄대 교수, 정부 관계자 등과 술을 마시던 중 일어났다. 이들은 다른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2차를 위해 이 이자카야에 갔다. 하토야마는 일행과 이야기하던 중 느닷없이 술집 2층 창문을 열고 가게 밖에 모여 있던 기자와 행인들을 쳐다봤다. 그러곤 흥에 겨워 “이게 뭔 줄 아세요? 지구의가 아니고 화성의라고 하네요. 제가 우주인이잖아요”라고 말하고는 창문을 닫았다. 그는 평소에도 독특한 외모와 예기치 못한 언동으로 ‘우주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날 해프닝도 혹성 연구 학자인 마쓰이로부터 화성의를 선물 받은 뒤 벌어졌다.

하토야마는 회식 후에도 우주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화성엔 물이 있다. 그러니 생물이 살지 않겠느냐. (함께 자리한 과학자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공부가 됐다”며 이과 출신 총리답게 과학분야에 대한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지지통신은 “유엔 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1주일간 이어진 첫 공식 외교일정 등으로 쌓인 긴장이 풀린 데다 술이 취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해석했다. 하토야마는 센슈(専修)대 조교수 시절 ‘맞선의 수리(數理)’라는 논문을 쓴 사실이 최근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명의 여성과 차례로 맞선 볼 경우, 가장 훌륭한 여성에게 프러포즈할 수 있는 확률을 수리화한 내용이다.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근호는 “세 번째 여성까지는 그냥 보내고, 네 번째 이후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프러포즈해야 한다는 게 이 논문의 결론”이라고 보도했다.

하토야마의 이자카야 출입은 재임 중 저녁 때 데이코쿠(帝國)·오쿠라 등 최고급 호텔의 바를 즐겨 찾던 전임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와 비교돼 관심을 끌었다. 아소는 비판 여론에 대해 “내 스타일”이라며 반박해 서민층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